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이 사람에게 내리려 할 때,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고통스럽게 한다.
- 최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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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7-25
하늘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린다는 것은 그에게 큰일을 맡긴다는 것이다. 큰일은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하늘에 의해 선택된 중요한 사람이다. 그런데 왜 하늘은 그렇게 귀중한 사람을 지지하고 도와주지는 못할지언정 그의 마음을 괴롭히는 것일까? 뒤따르는 구절들을 보면 하늘은 이 사람의 마음을 괴롭히는 정도가 아니라 더 어려운 시련들을 연달아 내린다. 그의 몸을 힘들게 하고, 그를 가난하게 만들며, 그가 하려는 일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마음의 고통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몸도 상하게 만든다. 건강이 망가지면 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설상가상 가난까지 덮친다. 그것도 모자라서 (하늘은) 그의 하는 일을 따라다니며 사사건건 방해한다.
중국 고대의 유학자들이 이해한 하늘은 이렇게까지 심한 존재는 결코 아니었다. 맹자의 스승인 공자에게 하늘은 자신의 막중한 사명감의 원천이었고, 맹자 또한 하늘을 역사를 주재하는 존재, 인간의 선한 심성을 지지해주는 존재로 생각했다. 그래서 맹자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알면 하늘을 알 수 있다.”고 까지 말했다. 그런데 이토록 정의롭고 자애로운 하늘이 돌변하여 이러한 어려움들을 연달아 주는가? 그 답은 첫 구절에 있다. 바로 ‘이 사람’ 이다. 이 사람은 하늘이 선택한 사람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꼭 같이 둘 수는 없다. 큰 임무를 맡을 사람은 어떤 일에도 주저앉지 말아야 한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일을 겪어낸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하늘이 내린 갖가지 시련들을 견디고 완숙한 경지에 올라야 한다. 맹자는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이는 그로 하여금 분발하게 하고 인내심을 키워서 그의 약점을 강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기 생을 빨리 포기하고 마감하는 사람들이 있다. 건강 때문에, 배신을 당해서, 빚을 감당할 수 없어서,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어서... 이런 이유들이다. 그들은 하늘을 원망하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 환경을 원망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아픔을 준다. 맹자의 이 구절은 중국의 유명한 성군(聖君)인 순(舜)임금을 언급한 바로 뒤에 나온다. 문맥상으로 보면 ‘이 사람’은 아마도 ‘순(舜)임금’ 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이 모두 순임금이 될 수 는 없겠지만 이 구절은 세상을 버겁게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에게도 주는 울림이 있다. 인생에서 이러한 모든 어려움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경우는 그래도 드물지 않은가?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들이 닥친다면 자신이 바로 ‘이 사람’ 인지, 잠시 행복한 착각에 빠져볼 수도 있지 않을까?
#출전: 『맹자(孟子)』「고자 하(告子 下)」
#내용소개: 최문형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