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과 같은 경우는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그로 인해 일정한 마음이 없다.
- 허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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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9-07
최근에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은 학생들의 무상 급식을 두고 유래 없는 주민 투표를 실시하였다. 결국 뚜껑도 열어보지 못한 주민투표는 결과적으로 서울시장의 사퇴까지 이끌어 내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그런데 무상 급식이든 차별적 급식이든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국가들은 복지 수준에 따라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의무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국가적 상황에 맞추어 무상 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의 ?治퓽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병사들이 부모님의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급여와 비품을 지급받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듯이 의무교육 하에서 무상 급식은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무상 급식 또는 능력에 따른 차별 급식을 시행한다고 하며, 학생들의 급식 문제를 급기야 주민투표까지 붙이면서 이념 논쟁으로 이끄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온다.
맹자는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는 말을 했다. ‘경제적으로 안정이 안되어 생활이 불안정하면 올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즉, 경제적 문제 해결이 교육이든 정치이든 모든 것의 선행 조건인 것이다. 물론 맹자가 살았던 시대의 경제, 또는 의식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생계(生計)형의 의미를 갖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현대 사회에서의 의식은 복지의 개념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무상 급식 문제에 있어서 먼저 재정을 확보한 다음 실시하는 시기의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복지 정책 확대의 일환으로서의 무상 급식은 필연적일 것이다. 이미 수출 규모로 세계 7위 수준의 경제력을 지닌 나라에서 한낱 어린이들의 급식을 놓고 투표와 이념 논쟁을 벌인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성숙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계층간 · 세대간 · 지역간의 공감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관자(管子)』「목민(牧民)」에 보면, “倉實 則知禮節 衣食足 則知榮辱(창고가 가득 차 있으면 사람들이 예절을 알고, 옷과 밥이 넉넉하면 사람들이 영욕을 안다).”라는 구절이 있다. 최근 계층간의 소득 격차 확대로 사회의 불신도 깊어가고 있을 때 계층간 · 세대간 · 지역간 위화감을 줄이기 위한 정치인들의 노력이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때다. 지금이야말로 복지가 답이다.
#출전: 『맹자(孟子)』「양혜왕 상」
#내용소개: 허익현 (아주대학교 라이프케어사이언스랩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