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이 세상을 통일할 것이다.
- 신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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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0-25
임명이든 선거이든 리더가 바뀌는 계절이 다가오면 사람들이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이번에 누가 될 것 같아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각자가 생각하는 유력한 후보를 말하면서 그 근거를 제시한다. 프로 스포츠의 경우 아예 승리 팀 맞추기를 게임으로 만들어서 상금을 주기도 한다.
맹자가 살았던 당시에도 사람이 둘 이상만 모이면 묻는 질문이 있었다. 그때는 주왕조의 안정이 깨진 뒤라 춘추오패(春秋五覇)니 전국칠웅(戰國七雄)이니 하는 영웅들을 중심으로 한 동맹체제가 국제 관계를 지탱하는 규칙이었다. 이 규칙은 그다지 강하지 못하여 오늘의 이웃이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혼란한 국면을 수습할 만한 통일 군주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이 맹자의 귀에도 들렸다. 질문을 하는 양나라 혜왕은 그 사람이 전국칠웅 중 누구이거나 아니면 알려지지 않은 영웅 한 사람이 있는지 말해달라는 취지로 질문을 한 것이었다. 맹자는 질문을 받고서 의뭉스럽게 전혀 다른 대답을 했다. 현실속의 구체적인 인물이 아니라 ‘살인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이란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와 경쟁에서 사실 누가 되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람이 바뀌어도 살림살이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바뀌는 것은 이벤트 쇼이지 의미 있는 행사가 되지 못한다. 마음의 후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의 기준이 절실한 것이다. 따라서 누가 되느냐에 관심을 쏟으며 정보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경연이 끝나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궁금증과 호기심을 누르고 지금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시대정신을 찾고 이야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맹자의 시대는 ‘싸우는 나라들’이라는 이름처럼 전쟁이 모든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다른 사람을 쉽게 죽이지 않는 사람’을 마음의 기준으로 세웠던 것이다. 살인이란 게 꼭 무기를 가지고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고통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는 것도 포함하는 것이다.
# 출전: 『맹자(孟子)』 「양혜왕(梁惠王)상」
# 내용소개: 신정근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