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과 내면이 잘 조화된 후에야 군자이다.
- 안은수
- 조회수10708
- 2011-12-23
연예인이 청소년에게 선망 받는 직업이 된 지도 오래된 일이다. 최근 방송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오디션프로그램 열풍도 이런 대중들의 욕구가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눈에 띄고 2000년대 이후면 하나의 사회현상처럼 부풀려지고 있다.
이미 전설이 된 90년대 초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은 대중음악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는 큰 사건이었다. 랩과 댄스, 힙합을 우리 사회에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했던 것도 그들이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하였던 서태지라는 인물에게 청소년들의 열광이 바쳐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음악을 즐겼고 사랑하였다. 오래된 사건을 지금 다시 꺼낸 이유는 내게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한 독특한 감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발표한 노래 중에 ‘발해를 꿈꾸며’라는 곡이 있다. 제목에서도 드러나지만 이 노래는 하나 된 조국을 염원하는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그 노래로 인해 많은 젊은이들이 통일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였고, 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도 그 노래와 연관해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찍어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일련의 현상을 목격하면서 나는 놀라움과 함께 다소의 열패감을 느꼈던 것 같다. 연예인이 대중에게 끼칠 수 있는 힘에 대해 놀라는 한편, 그에 반해 공부하는 이들의 왜소한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의기소침 했을지 ?霽Ⅴ? 그리고 그 때나 지금이나 연예인들은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것만큼 대중에 대한 영향력도 확장일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청소년들이 그들의 자리를 동경하는 것은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들이 화려한 직업을 동경하고 꿈꾸는 이면에 들어 있는 동기가 무엇일까? 혹 외형적인 효과에 끌려서 그저 그 빛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물음 앞에 서면 역시 여기에는 어른들의 모습이나 사회현상이 한 몫을 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지금 우리사회를 거칠게 돌아보면 당장 결과를 보고 싶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주류가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라는 것도 돈으로 환원될 수 있는 가치와 다름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 사회와 한 사람의 기반이 되고 근간이 되는 생각들을 가꾸고 돌보기보다 우선 드러나는 효과나 차림새에 치중하도록 하는 현상이 오늘의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양한 학문이 균형있는 발전을 이루어야 할 대학에서조차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근간 보다는 효과를 살리는 정책이 주류가 되었고, 압구정동 거리에 빽빽이 들어서서 성업 중인 성형외?骸湧?동안외모 신드롬 같은 외모 중시 경향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다.
효과나 현상이 중요한 것이기는 하나 근거나 뿌리가 부실한 것은 쉽게 부서지고 상처받게 되어 있다. 그러니 나라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스폰지와 같은 흡입력을 지닌 청소년들이 근거가 부실한 행동모형을 배우며 성장하도록 해서 될 일인가?
이런 지점에서 공자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 본다. 그는 “바탕이(내면이) 외형보다 뛰어나면 거칠어지고, 반대로 외형이 바탕을 이기면 호화롭게 치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두 바른 형태가 아니니 외형과 내면이 잘 조화된 후에야 군자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에게는 우선 눈에 보이는 몸이 있고 동시에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정신이나 마음이 있다. 건강한 정신과 보기 좋은 몸, 아름다운 몸과 아름다운 생각은 서로 떨어져 있는 두 개가 아니라 연관을 맺고 있는 관계항이다. 거짓으로 아름다움을 가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 내실이 중요하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부분을 무시하는 것은 진정 아름다운 사람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겉과 속을 다 같이 챙기자는 공자의 제안은 오늘의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나의 마음과 정신의 단련을 위해 어떤 움직임을 하고 있는지. 아니 그런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있기는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는다. 외형적인 것만을 중시하는 것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아니면 얼마만큼이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도 궁금하다. 물리적인 스포트라이트로 화려해 보이는 것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내면의 보석을 잘 다듬고 가꿈으로써 울림이 있고, 그리하여 진정으로 빛이 날 수 있는 사람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할 터이다.
#출전: 『논어(論語)』 「옹야(雍也)」
#내용소개: 안은수(민족의학연구원 상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