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배우는 자들은 자신을 위한 학문을 하였는데, 지금 배우는 자들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학문을 한다.
- 송영배
- 조회수11218
- 2012-01-03
이 말은 공자의 말씀이다. 배움, 즉 학문하는 목적은 자기를 깨우쳐서 자기 터득을 구함에 있지,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학식을 과시하여 자기 능력을 인정을 받는 데 있지 않음을 제자들에게 주지시키는 말씀이다. 그러나 요즈음 세태는 공부하여 자기 능력을 남보다 빠르게 배양하여 출세하는 것을 추구한다.
나는 대학에서 30여 년을 가르치고, 65세 고령이 되어서 정년을 맞이한 지도 이제 삼 년 차이다. 생각해보면 아쉬운 것이 참 많다. 누구는 정년하고도 계속 사회활동을 하면서 그 능력이 새롭게 드러나고, 또 널리 인정을 받고 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능력이 출중하여 각자 자기 일들을 멋지게 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제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데, 유독 나만은 정년하고 보니 마땅히 할 일이 없고 신세가 따분하게 느껴진다. 이런 우울은 아마도 정년 뒤의 고독한 생활에서 연유하는 것이요, 분명 내 인생, 내 인격의 값어치와는 무관할 것이다.
공자께서 제자들에게 던진 귀중한 가르침은 학문의 궁극적 목적은 자기의 인?釜볼殆?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배움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 밖의 것인 명예, 부귀, 영화 등등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고, 배움으로 자기를 이룸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자기의 사람됨이 얼마나 성숙해졌는지를 깊이 반성하고 그것을 가늠하도록 분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옛날 정자(程子)선생님은 “옛날의 배움은 자기를 위했으나 마침내 남을 위하는 데 이르렀고, 지금의 배움은 마침내 자기를 상실하는 데 이르렀다.”고 이 뜻을 풀이하였다. 각자가 모두 배움으로써 자기 인격을 완성해 나간다면 모든 사람이 다 좋은 결과에 도달하지만, 모두 각자가 자기의 인간됨을 고려하지 않고 남으로부터 인정을 받기에만 급급하다면, 결국 모든 사람의 인격이 망가지는 불행한 사태에 도달하고 만다는 말씀이다.
배운다는 것은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한 수단을 키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우고 생활하면서 나 자신을 인격적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갔느냐를 묻는 자기반성과 자기성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자는 자기 터득과 자기 성찰이 남에게 자기 지식을 과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출전: 『논어(論語)』「헌문(憲問)」
#내용소개: 송영배(서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