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수양하는 데는 욕심을 줄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 송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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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1-16
맹자는 수양의 가장 좋은 방법으로 욕심의 절제를 주장하고 있다. 시쳇말로 ‘콩 한 쪽도 나눠먹으라’는 말이 있다. 고깟 콩 한쪽 나눠 먹을 게 뭐 있다고 나눠 먹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콩 한쪽으로 인해 이해와 운명을 같이 하는 공동체 내에서 위정자와 백성, 사회와 개인, 개인과 개인이 서로 갈등하든지 아니면 공감하고 연대하는 계기가 된다면, 서로 욕심 부리지 않고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는 게 미덕일 것이다. 이러한 사실쯤은 지성인이 아니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국어사전을 보면 ‘욕심’에 대해 ‘무엇을 탐내거나 분수에 지나치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풀이하고 있다. 즉 분수에 지나치게 어떤 물건을 소유하려는 마음이 바로 욕심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분수에 지나치게’라는 말은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사람들이 하루 한 끼 먹는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사회적 생산력이 낮아 개인의 자아실현보다 사회 전체의 발전이 더 중요시 되던 시절에는 개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다. 그러므로 이때의 분수에 지나친 욕심은 그야말로 탐욕, 즉 악(惡)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분수에 지나친’ 욕심을 모두 악으로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일단 사회적 조건이 달라졌고, 인간의 모든 행동 유형이 자기이익에 의해서 동기 유발된다는 말을 믿는다면, 심리적으로나 행동상에서 자기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모습을 무조건 악이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은 자기 이익이 모든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으로 여겨지는 치열한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시대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좀 더 많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적절히 분수에 넘치게 욕심을 가져보는 ??옛말처럼 필연적으로 “욕심이 사람을 죽인다”거나 “욕심이 재앙을 부른다”로 귀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기 이익을 적극적으로 챙기려고 하는 심리가 인간의 역사를 진보하게 하고 자아실현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측면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욕심이 발전에 필요한 ‘긍정적’ 요인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나 자신의 욕심을 적절하게 절제할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충족이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고 유교적 도덕사회 건설의 관건이라는 점(『맹자』「양혜왕 상」)을 간파했던 맹자도 욕심을 줄일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미 공자가 “부자와 출세는 사람들이 모두 바라는 목표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그 목표에 이를 수 없다면 그런 곳에 몸을 가까이하지 마라. 가난과 멸시는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는 일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그런 처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벗어나려고 하지 마라.”(『논어』「이인」)고 하면서, 욕심에 대한 적절한 절제 없이는 평화로운 사회를 이룩할 수 없다고 보고 욕망(욕심)과 선(자율)이 일치된 사람이 되기를 요구하였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살기 좋은 사회를 가늠하는 척도가 다양하겠지만, 나는 그 중에서 그 사회가 얼마나 공정한가, 어떻게 사회적 약자를 인간답게 대우하는가를 가장 중요한 척도로 생각한다. 현 정부는 사회통합의 차원에서 ‘공정사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는 지금 얼마나 공정한가? 사회적 약자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가? 투기로 돈을 벌고, 세금을 포탈하고, 또 자식 교육을 위해 위장 전입을 한 사람들이 뻔뻔스럽게 정치판에서 활개를 치거나 공직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다. 위정자들은 사회적 약자가 느끼는 소외감과 불공정의 감정을 우선 해결해야 하는데도 자기들의 월급은 꾸준히 올리고 여전히 부자 우선 정책을 펴면서도 가난한 국민들에게는 허리띠를 계속 졸라매고 고통 분담을 하라고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가진자들은 맹자가 ‘욕심을 줄이라’고 한 말의 참뜻을 겸허히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출전: 『맹자(孟子)』「진심 하(盡心下)」
#내용소개: 송인창 (대전대학교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