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학문의 길은 최고의 선함에 멈추는데 있다.
- 곽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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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2-17
‘지어지선(止於至善)’은 ‘명명덕(明明德)’과 ‘신민(新民)’에 이어 『대학』의 세 번째 강령(綱領)이다. 지선이라는 말을 최고선 또는 공동선으로 바꾸어도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선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와 ‘멈춤[止]’에 대한 이해이다. 이곳의 ‘지(止)’를 주희는 ‘반드시 여기에 이르러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다[必至於是而不遷之意]’라고 했는데 잘된 풀이로 평가받는다. 어떤 것이 옳다는 판단에 이르렀어도 이를 실천하거나 지키지 못한다면 거기서 멈춘다고 할 수 없다.
성호 이익은 경전을 경솔히 읽는 것을 경계하면서 옛사람이 말한 본래의 뜻에 따라서 읽어야만 깊은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성호는 그 한 예로 『시경』「소아(小雅)」의 ‘고산앙지(高山仰止) 경행행지(景行行止)’를 들었다. 공자는 이 시를 두고 “시인으로서 인(仁)을 좋아하기를 이와 같이 하여, 도(道)를 따라서 행하다가 중도에서 그만두는 사람도 있고, 몸이 늙는 줄을 모르고 날로 힘쓰다가 죽은 후에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고 하였다. 그 긴요한 뜻이 지(止)자에 있다고 본 것이다. 성호는 시(詩)에서의 지(止)자는 이(已)자와 서로 같은 뜻이라고 한다. 높은 산이 앞에 있으면 쳐다보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이를 낮게 보려고 해도 소용없다. 큰 길도 마찬가지이다. 큰 길로 가다가 중간에서 그만두는 경우도 있기는 하나, 처음부터 자기의 힘이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걷어치운다는 뜻은 전혀 없다. 따라서 위의 구절은 “높은 산을 쳐다보는 것처럼 하고 큰 길로 걸어가는 것처럼 한다”의 뜻이 될 것이다.
유학자들이 화엄경보다 더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주역』간괘(艮卦)의 핵심개념은 멈춤[止]이다. 멈출 때는 멈추는 것이 멈춤이고, 가야 할 때는 가는 것이 멈춤이라고 하였다. 즉 때에 맞게 멈추고 때에 맞게 가는 것을 모두 ‘멈춤’이라고 했다. 멈춤이 이런 의미라면 최고선 역시 고정되어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니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긴장 속에 최고선을 지향하여, 얻으면 잘 지키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대한 학문은 바로 이런 것일 뿐 다른 것이 아니다.
#출전: 『대학(大學)』「경(經) 1장」
#내용소개: 곽신환(숭실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