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다.
- 최영갑
- 조회수10839
- 2012-03-12
이 말은 공자의 인품을 잘 드러낸 말이다. 누가 기록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공자에 대해서 매우 잘 아는 제자가 공자의 평소 모습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온화한 사람은 말씨와 행동이 남과 다르다. 물 흐르듯 잔잔한 언어와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지 않는 표정, 화를 내는 일도 드물고 남을 비난하는 말도 하지 않?쨈? 항상 작은 미소와 포용하는 행동으로 사람을 대한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재미는 없지만 한없이 빠져들어 헤어지기가 싫다. 엄숙한 사람은 주변이 잘 정돈되고 말 수가 적다. 이런 사람은 가까이하기도 어렵지만 함부로 대하기는 더 어렵다. 또한 동년배라도 선배나 어른처럼 보이기도 한다. 엄숙한 사람을 만나면 작은 행동도 조심스럽게 해야 하고 조신하게 보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위엄 있는 모습도 엄숙한 사람의 모습과 유사하다. 다만 위엄은 신분이나 계급이 높은 사람에게서 보이는 엄숙한 기운 같은 것이다.
온화함과 엄숙함은 서로 상반된 것 같은데 공자는 이 둘을 모두 갖춘 사람이라고 한다. 가까이하고 싶으면서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 화를 내지는 않지만 잘못하면 꾸중을 들을 것 같은 사람, 이런 사람이 바로 공자다. 열심히 배우고 실천하는 제자에겐 한없이 온화하고 자애로운 스승이지만 게으르고 자만하는 제자에겐 엄숙하고 위엄 있는 스승이었다. 하루는 낮잠을 자는 제자에게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 만든 담장은 흙손질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재여에게 무엇을 꾸짖겠는가?”라고 했다.
재여는 말은 잘 했지만 행실이 조금 미치지 ?幣求?제자였다. 그래서 공자에게 호되게 혼이 난 것이다. 그래도 썩은 나무로 취급되는 것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썩은 나무는 아무 데도 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재여는 다른 곳에서는 재아라고 나오는데, 공자의 10대 제자에 포함될 만큼 뛰어난 제자였다. 그런데도 공자는 온화함보다 엄격하고 위엄 있는 가르침을 베풀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위엄 있으면 난폭하게 보이거나 사납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공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난폭한 것은 거칠고 사나운 것을 말하는데, 공자가 거칠게 사람을 대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공자의 인품이나 모습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요즘 표현으로 말하자면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의 모습은 제자들에게 이해가 잘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 반대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모습에서 당황하기도 했을 것이다. 공자와 제자가 다른 이유는, 공자는 앎과 실천을 하나로 여겼고, 제자들은 앎과 실천이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출전; 『논어(論語)』「술이(述而)」
#내용소개; 최영갑(범국민예의생활실천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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