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젊었을 때 미천하였기에 보잘 것 없는 일에 다능하다.
- 박영진
- 조회수10843
- 2012-04-13
이 어려서 가난하고 미천했기에 잡다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고백은 진지한 삶에 대한 공자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과대 포장을 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는 데 치중하는 것이 사실이다. 간혹 사람들은 노력해서 얻어진 것이 아닌데도 노력의 산물이라고 하기도 하며, 심지어 없던 경력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 풍조에 대해 혹자는 ‘스팩(speck)’이라는 신조어로 미화시키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공자 스스로, 당시 부끄럽다면 부끄러운 고백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첫째는 노예제 사회에서 부끄럽다 여겼던 일들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을 만큼 성찰했기 때문이다. 서양은 종교개혁과 청교도 정신이 보편화되면서 ‘모든 직업은 천직’,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인식이 형성되었다. 시대의 선각자였던 공자는 이러한 서양의 인식보다 한참 앞서 자기 성찰적 고백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는 스스로 당당한 인생을 살고 있기에 과거의 비천한 경험이 부끄럽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오히려 과거의 힘겹던 경험이 당시 공자를 위대한 스승으로 성장시켜 준 밑거름으로 여겼을 것이다.
알려진 바대로, 공자와 그의 제자들은 함께 학문 연마와 일상생활을 공유하며 살았다. 이러한 방식은 스승으로서 공자가 제자들에게 학문적인 성과를 전달하였다는 점 외에도 생활 중에 모범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학문과 생활, 말과 행동,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 사이에서 모순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자의 학교가 번성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다재다능하다는 점이 성인, 혹은 존경받는 스승의 모든 지표는 되지 못한다. 또한 과거 어려운 성장 과정을 경험했다는 점이 충분조건은 되지 않는다. 공자에게는 과거의 경험이 현재를 성찰하게 한 인격적인 삶의 축이었고, 그를 본받고자 한 제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솔직하면서도 당당한 멋스러움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를 즈음하여 스스로 인재이기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곱씹어볼 단상이 아닐까.
#출전; 『논어(論語)』「자한(子罕)」
#내용소개; 박영진(용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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