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라는 것은 잠시라도 떨어질 수 없다.
- 조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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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6-13
조선후기의 대표적 성리학자인 남당 한원진은 “『중용』을 한마디로 결론짓는다면, ‘道라는 것은 잠시라도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남당의 논평은 이 구절이 갖는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구절에는 유학(儒??의 진리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으며, 그만큼 그 의미도 심오하고 난해하다. 그러나 그 깊은 의미를 논하지 않더라도, 이 구절을 음미하다보면 보통 사람들도 쉽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지혜의 향기가 있다.
작년 모 방송사에서 방영한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특히 거기에 출연한 박정현은 여러 명곡을 아름답게 불러내며 일약 국민 요정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그녀가 부른 곡 중에 조용필 작사‧작곡의 는 수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며 큰 히트를 치기도 하였다. 그 곡의 가사 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 있다.
“많은 것을 찾아서 멀리만 떠났지. 난 어디 서 있었는지. 하늘 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만약 ‘도(道)’를 ‘삶의 참 의미’ 정도로 의역해 본다면, 위 노랫말은 도라는 것이 우리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이의 진솔한 마음을 잘 전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성공에 조급하고, 위대한 일을 이루려는 공명심에 사로잡히기 쉬운 젊은 시절에는 마치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딸 기세로 달려들기가 십상이다. 그런 까닭에 소중한 것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도 모르고 먼 길 떠나기에 혈안이 된다. 앞만 보고 저 멀리 내달리다 보면, 어느새 삶과 사람은 사라지고 일과 성공만 앞에서 어른거린다. 삶과 사람을 위한 일과 성공이 아니라, 일과 성공을 위한 삶과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도는 우리 삶과 잠시도 떨어질 수 없고, 유리(遊離)된 것은 도가 될 수 없다. 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삶 자체에 있다. 도는 부모와 자식, 어른과 아이, 남편과 아내와 같은 일용(日用) 인륜(人倫)의 삶, 바로 지금 여기의 우리 삶 속에서 발견되고 이루어진다. “道也者, 不可須臾離也.”라는 구절은 이와 같은 지혜를 우리에게 깨우쳐준다.
불혹(不惑)을 지나는 중년의 선배로서 먼 길 떠나려는 후배들에게 “도라는 것은 우리 삶과 떨어져 있지 않다네.”라고 말해 주고 싶다.
#출전: 『중용(中庸)』제1장(第一章)
#내용소개: 조은영(육군사관학교 국어철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