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 이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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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7-16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에 대적할 수 없다. 인간으로 가장 오래 살았다는 삼천갑자 동방삭(東方朔)도 유구한 천지의 세월에 비하면 짧디 짧은 시간을 살다가 간 것이다. 아마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대지도 언젠가는 무(無)로 돌아갈 것이다. 살아있는 것, 반드시 헤어지며 마침내 소멸한다는 ‘생자필멸(生者必滅)’의 이치를 그 누구 혹은 그 무엇이 거스를 수 있으랴!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별리(別離)와 무화(無化)는 이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마치 우리가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마시며, 졸리면 자듯이...
그런데 이렇듯 자연스러운 이별이 언제나 쉽지 않은 데서 고뇌가 생겨난다.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별하고 싶지 않고, 무(無)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한때 친했던 이들도, 지금 친한 이들도, 소원한 이도, 가까운 가족들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이별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나 자신과도 이별을 해야 한다. 친하면 친할수록 좋으면 좋을수록 헤어짐은 큰 고통이다. 어떻게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어느 바람 부는 어스름 저녁이었을 것이다. 공자는 제자들과 시냇가에서 흐르는 시냇물을 바라보고서,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고서...’라고 탄식을 내뱉는다. 아마 제자들은 뜬금없었을 것이다. 그 어려운 시절에도 세상을 포기하지 않고 유머를 잃지 않았던 선생님의 입에서 세월의 속절없음에 대한 탄식이라니...
어쩌면 정말 공자는 탄식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자들의 해설을 현미경 삼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전혀 다르게 읽힌다.
공자의 이 말씀은 인간사의 이별, 만물의 스러져 감, 더 나아가 천지의 무화(無化)를 자연스레 수용한 자의 언어이다.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를 자신의 삶의 과정으로 포용하였기에 가능한 발언인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대적하려 하지 않고 수용하는 데서, 별리의 고통을 초극한 자의 선언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러한 경지를 제자들에게 깨우쳐 주려는 스승의 따스한 가르침의 말씀이기도 하다.
#출전: 『논어(論語)』「자한(子罕)」
#내용소개: 이영호(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HK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