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의 판결은 나도 어느 재판관 못지않게 잘 할 수 있지만, 나의 진정한 관심은 아예 소송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 손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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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8-02
공자가 『대학』에서 한 말이다. 이것은 『대학』의 첫 장에 나오는 “대상에는 본말이 있고 일에는 시종이 있으니, 먼저 할 바와 나중 할 바를 알면 곧 진리에 가까울 것이다[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後, 則近道矣]”는 말에 가장 잘 부합된다. 올바른 정치란 무엇인가? 선후본말을 잘 구별하여 근본에 힘을 씀으로써 개인 혹은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모든 질병의 근원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하는 것이다. 이것은 발병 후에 약을 복용하거나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을 통해 병을 치유하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하다. 마치 “싸워서 승리하는 것 보다는 싸우지 않고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야 말로 최선의 방책인 것[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孫子兵法』]”과 같은 이치이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다. 그러나 우리사회 구성원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다. 물질적으로 잘 사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별다른 기여를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여러 가지 요인 가운데 하나를 든다면 그것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소송만능의 풍조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 소송건수는 이웃 일본에 비해 100배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사회에 만연한 소송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법률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최근에 와서 대폭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유능한 판․검사, 변호사가 많이 배출되더라도 소송건수가 늘어날지언정 줄어들지는 않는다. 아울러 소송 당사자들 사이에는 판결의 결과에 관계없이 깊은 앙금이 남기 마련이다. 구성원들 상호간에 반목과 질시, 그리고 원한의 감정이 증가하고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 이런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것은 마치 연목구어(緣木求魚)격이다.
어떻게 하면 소송건수를 줄여 나감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아예 소송이 불필요한 사회를 만들 것인가? 공자의 고?括?지금의 우리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학교폭력문제가 대두되면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제대로 된 인성교육의 시행! 이것이야말로 문제해결의 핵심이다. 먼저, 지식인들이 인성교육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효용성이 입증되면 그 방안을 가정, 학교, 사회교육현장에 적용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유능한 법조인이 되기보다도, 마치 공자처럼 국민을 올바르게 계도함으로써 정신이 건강한 사람을 만들어줄 훌륭한 교사가 되는 것이 더 의미 있고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사회적으로 폭넓게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자면 위정자의 올바른 철학에 바탕을 둔 바른 정치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며, 이런 측면에서 금년 12월의 대선은 지난 어느 때 보다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출전: 『대학(大學)』 전 4장
#내용소개: 손병욱(경상대 윤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