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 천병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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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9-02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동물이다. 생물은 모두 이기적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짜 넣은 로봇 기계”라고 규정한다. 인간은 ‘도덕적 인간’에서 욕망에 지배당하는 ‘욕망의 동물’로 떨어졌다가, 이제는 아예 유전자에 짜여진 대로 움직이는 로봇 같은 ‘기계’일 뿐이라고 한다.
인간은 동물적 특성인 이기적 유전자만 있을까? 맹자에 의하면 인간은 모두 사단지심(四端之心)을 가지고 있다. ‘사단지심’이란 인(仁)․의(義)․예(禮)․지(智)로서, 구체적으로 말하면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도덕본심’이다.
인간에게는 도덕본심과 대비되는 정(情)도 있다. ?봐傷濡뼈?희노애락(喜怒哀樂) 네 가지 정을 제시한다. 흔히 칠정(七情)이란 사정(四情)에 사랑(愛)․싫어함(惡)․욕구(欲)를 덧붙인 것이다. 맹자의 ‘세 가지 즐거움’이란 바로 희노애락의 ‘즐거움(樂)’이다.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즐거움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제시할 건가요? 취업난 속에서 취직된 것? 방학? 이성 친구 생긴 것? 친한 친구와 나누는 즐거운 수다? 스마트폰? 월급날? 군자의 즐거움으로 맹자는 다음 세 가지를 제시했다. 즉 부모님이 모두 계시고 형제가 아무 일 없으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으며,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맹자는 이 글 앞뒤로 “군자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여기에 들어있지 않다(君子有三樂而王天下與存焉).”라고 거듭 언급한다. 세 가지 즐거움 중 부모님과 형제가 무고한 것, 그리고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은 내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즉 부모님과 형제가 아무 일 없이 잘 있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고, 영재를 얻는 것 또한 내가 얻고자 해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남에게 달려 있다. 세 가지 중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남에게 부끄럽지 않는 것’만이 나에게 달려 있다. 이것을 맹자는 천작(天爵) 즉 하늘이 나 자신에게 준 벼슬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준 벼슬은 ‘인작(人爵)’이다. 다른 사람이 준 벼슬은 금방 사라진다. 그러나 하늘에 나에게 준 벼슬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인의예지’ 즉 사단지심(四端之心)이다.
지금 우리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소중한 것을 빼앗겼을 때 얼마나 슬픈가? 취직도 방학도 스마트폰도 친구와 나누는 즐거운 대화도 ‘내 것’이 아니다.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내 것’ 즉 ‘마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지 않는가? 이것이 가장 소중한 ‘즐거움’이다.
#출전: 『맹자(孟子)』「진심장상(盡心章上)」
#내용소개: 천병돈 (대진대학교 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