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곡을 맞히지 못하면 그 원인을 자기의 몸에서 찾는다.
-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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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30
우리나라 여자 양궁은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단체전에서 7연패란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도 기보배 선수가 2cm 차이로 극적 금메달을 차지했다. 경기 후 패인에 대해 멕시코 여자 양궁대표팀의 이 웅 감독은 경기 후 패인을 묻는 질문에 “선수가 욕심을 부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웅 감독은 기보배가 마지막 슛오프에서 8점을 쏜 후 “로만이 욕심을 내는 게 보였다. 9점 이상만 쏘면 금메달을 따는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기본자세를 잡기 전부터 표적을 봐 슈팅이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활쏘기의 경우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욕심이 앞서면 안 되며 평상심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주지시켜 주었던 순간이었다. 활쏘기는 남에게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 통일을 위한 군자의 수양 방법이다. 꼭 중앙에 맞?湯졀?욕심이 앞서도 안 되며, 자세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지 않도록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비운 체 정곡을 향해 활시위를 자연스럽게 당겨야 한다. 설령 중앙에 맞히지 못하더라도 남을 원망하지 않아야 하며, 정곡을 맞히지 못한 원인을 자신의 욕심이나 올바르지 못한 자세에서 찾고, 더욱 더 실력을 쌓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활쏘기와 군자의 수양 방법은 통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신의 실력이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지 못한 상대방에 대해 원망을 한다. 하지만 군자는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남을 원망하지 않으며,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아니해도 화내지 않으며, 잘못이 발견되면 자기 탓으로 돌리고 반성하고 덕과 능력을 기르려고 노력한다. 물이 흘러가다 저수지를 만나면 물은 저수지를 원망하지 않고 물을 끊임없이 채운다. 어느 순간이 되면 저수지에 물이 넘쳐 흘러갈 수 있게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더욱 더 자신의 허물과 잘못을 고쳐 나가고 실력을 쌓아 나가야 한다. 실력이 쌓이면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경쟁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 또한 실력??갖춘 유능한 사람을 구하려고 한다. 그런 인재를 포섭해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의 덕과 실력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이다.
대인 관계에서도 남 탓을 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갈고 닦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행동을 내 마음대로 통제는 할 수 없지만, 내 자신이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는 얼마든지 수양에 의해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바라볼 때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바라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상대방의 말에 경청을 하게 되면 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상대방의 기분도 좋아지게 된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오해받을 행동이나 신뢰를 상실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며, 상대방이 충고를 하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용하여 반성의 계기로 삼아 고쳐 나가야 한다. 상대방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책임짐으로써 서로 이해하게 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전 ; 『중용(中庸)』 14장(章)
#내용소개 ; 이상호(경상대학교 윤리교육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