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이루어진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거의 다 되어가는 일은 간(諫)하지 않으며, 이미 지나간 일은 탓하지 않겠노라.
- 이상은
- 조회수10827
- 2014-03-28
노(魯)나라 애공(哀公)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제자인 재아(宰我)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근거 없는 답변을 한 것에 대해 공자가 꾸짖는 장면이다. “네가 이미 큰 잘못을 했지만, 내가 말해 봐야 상황이 바뀔 수 없는 것이니, 더 이상 탓해서 무엇하랴?”라는 내용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남의 잘못에 대해 우리가 취해야 할 바른 태도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도 같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과거의 실수나 잘못, 실패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후회하고 한탄하는 버릇이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다. 부족함도 있고 실수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철저히 준비했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 일이 끝났으면 그것을 잊고, 다음 일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에겐 내일이라는 새날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고 후회만 한다면, 그것은 쓸데없이 시간과 정력만 소모하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일을 하게 된다. 또 수많은 선택과 판단을 한다. 그 가운데 어찌 과오나 실수가 없겠는가? 그럴 경우 가능한 빨리 그것을 잊어야 한다. 그렇다고 반성의 시간조차 갖지 말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당연히 자신의 행위나 판단의 문제점을 따져 과오나 실수의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반복된 잘못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이루어져 어쩔 수 없는 일에 매달려 부질없이 후회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 해가 저무는 이 시간에 일 년 동안의 일들을 차분히 돌아 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미 이루어진 일들이나 지나간 잘못을 후회하며 머뭇거릴 수는 없다. 아직 뜯어보지 않은 멋진 선물인 새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출전:『논어』「팔일(八佾)」
# 내용소개: 이상은(상지대학교 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