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의 삶은 어두운 듯 하면서도 날로 빛난다.
- 손병욱
- 조회수10824
- 2014-03-28
이 말은 뒤에 나오는 “소인(小人)의 삶은 처음에는 빛을 발하는 듯 하지만 날로 그 빛이 스러져 어두워지게 된다[小人之道, 的然而日亡]”는 말과 대구를 이루어 군자와 소인의 삶을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이에 앞서 “군자는 안에 비단옷을 입고 밖에 홑 겉옷을 걸친다[衣錦尙絅]”고 하였다. 군자는 자기의 찬란한 내면을 도리어 숨긴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은 일종의 자기 PR 시대에 살고 있다. 자기의 장점을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알려서 남으로부터 주목을 받아야만, 취업도 되고 출세도 하고 남보다 앞서갈 수 있다고 여긴다. 이에 다들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때로는 일종의 허장성세와 분식(粉飾)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단기승부를 노리므로 늘 마음이 조급하다. 이는 각박한 시대상황이 만들어낸 풍속도이지만 분명 무언가 잘못된 풍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이런 글귀를 소개하면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현실은 젊은이들을 도리어 소인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가 만약 사물의 본질을 제대로 통찰하는 형안(炯眼)을 지닌 젊은이라면 이 글귀의 함의를 깊이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시공을 초월한 불변의 진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거짓과 사이비는 그 생명이 짧기 마련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런 허위의식이 그대로 통용될 만큼 어리숙하지 않다. 따라서 길이 빛날 군자다운 삶을 영위하고 싶으면 대학생 시절에 내실을 기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맹자』에서는 “내면에 그것을 지니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有諸內, 形諸外]”고 하였고, 『중용』에서는 “내면이 정성스러우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誠於中, 形於外]”고 하였다. 또 『맹자』에서는 “충실광휘(充實光輝)”라고 하였다. 다 같은 말이다. 충실하게 내공을 쌓아나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언젠가는 찬란한 빛을 발하기 마련이고, 이 빛은 세월 따라 더욱 또렷해질 것이다. 비록 당장 취업을 못하거나 고난이 닥쳐 어려움을 겪을지라도 자기 계발과 단련을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囊中之錐]’처럼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지금은 앞으로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빛나는 존재가 되겠다는 뜻을 세운 뒤, 스스로 천하제일의 보검(寶劍)이 되고자 힘쓸 때이다. 어떠한 대상도 일도양단(一刀兩斷)할 수 있는 그런 보검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달굼질과 단련(鍛鍊)질, 그리고 담금질을 무수히 되풀이하는데 있다. 그러면 차츰 사욕과 잡념 같은 불순물이 제거되면서 무쇠도 단칼에 자를 수 있는 알차고 야무진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자면 무엇보다도 내 지향처(志向處)를 제대로 정립한 뒤, 시대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면서 고도의 전문성을 함양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다짐과 의지, 노력이 있으면 누구라도 ‘날로 빛나는 군자’로서의 위대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출전 : 『중용장구』 33장
#내용소개 : 손병욱(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