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친구로 삼지 말라.
- 김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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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3-28
헤르만 헤세는 “인간이 육체를 가진 이상 애정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나 영혼을 깨끗하게 하고 성장케 하는 데는 우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우정이 우리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라는 말일 터이다. 이처럼 중요한 우정에 대해 공자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친구로 삼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공자의 이 말은 논리적으로 모순을 안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여기 갑ㆍ을ㆍ병 세 사람이 있는데, 갑이 가장 낫고, 을이 중간이고, 병이 가장 못난 사람이라고 치자. 그러면 갑은 을과 병 가운데 누구도 친구로 삼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을은 갑을 친구로 삼고 싶을 것이지만 갑이 거부할 것이고, 병을 친구로 삼고 ?槁?하지 않을 것이다. 병은 갑과 을 모두를 친구로 삼고 싶을 것이지만 누구도 자신과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이 세상 누구도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공자가 남긴 이 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자는 “네 스스로 네가 친구보다 잘났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한 너는 친구를 갖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니었을까? 나보다 나은 친구를 사귀려면 우선 그 친구가 가진 장점을 찾아서 그걸 인정해주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어떤 사이든,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모와 자식이 그렇고, 스승과 제자가 그렇고, 심지어 연인 사이도 예외는 아니다. 어떤 사이든 상대방에 대한 공경심이 없다면 그건 허상이며 가식일 뿐이다. 친구를 만들려면 내가 먼저 진심으로 상대방을 친구로 인정해야 한다.
#출전; 『논어(論語)』「학이(學而)」
#내용소개; 김익재(경상대학교 남명학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