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힘을 칭찬하지 않는다.
- 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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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3-28
『전국책(戰國策)』에 보면, 명마(名馬)를 알아본 백락(伯樂)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말 장수가 백락을 찾아왔다. 그는 자신에게 훌륭한 말이 한 필 있는데, 팔려고 시장에 내놓아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으니 자신의 말을 한 번만 감정해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백락은 시장에 가서 그 말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좋은 말이라는 듯 눈길을 보냈다. 당시 최고의 말 감정가였던 백락이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서로 사려고 경쟁하여 결국 말의 값은 순식간에 껑충 뛰었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말이 있더라도 그 능력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말에서 백락일고(伯樂一顧: 백락이 한 번 쳐다봄)라는 말이 유래하였다.
예로부터 준마(駿馬)를 알아보는 것을 흔히 유능한 인재 발굴에 비유하곤 했다. 훌륭한 재능이 있는 사람도 그 재능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는 뜻이다. 눈앞에 여포(呂布)의 적토마(赤兎馬)가 있더라도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면 그저 한 마리의 평범한 말에 불과하게 된다. 이처럼 뛰어난 신하가 있더라도 이를 알아보는 현명한 군주가 없다면 그 재능은 결코 발휘될 수 없을 것이다. 제갈량(諸葛亮)이 유비(劉備)를 만나 세상에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이 그 예이다.
공자는 명마를 가리키는 기(驥)의 기준을 ‘힘이 세서 무거운 것을 싣고 먼 곳까지 가는 말이 아니라 잘 길들어지고 성질이 온순한 말’이라고 정의했다. 즉 몸집이 크고 힘 센 것만으로는 결코 명마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이것을 현대사회의 인재 발굴에 적용해 보자. 만일 어떤 사람이 아무리 많은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성격과 심성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그는 결코 좋은 인재가 될 수 없다. 이것은 외적인 재능과 재주보다는 내적인 덕성과 인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결국 인재의 기준은 단순히 재능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은 저마다 장점과 특기가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아무리 많은 재능을 가졌더라도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의 마음자세에 문제가 있다면, 그 재능은 오히려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獵?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도 다듬고 정리하여 쓸모 있게 만들어 놓아야 제대로 값어치를 하게 된다는 말이다.
최근 많은 젊은이들이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오히려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현업(現業)에서 좋은 인재를 구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다. 최근에는 개인과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마저도 신자유주의라는 미명하에 무한경쟁에 놓여 있다. 그야말로 난세(亂世)라고 말할 만하다. 그러나 난세일수록 새 시대를 열어갈 영웅호걸을 알아보는 훌륭한 지도자의 혜안(慧眼)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출전: 『논어(論語)』 「헌문(憲問)」
#내용소개: 진성수 (전북대학교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