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큰일을 어떤 사람에게 맡기려고 할 때는 먼저 그를 힘들게 만든다.
- 임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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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3-28
원문에서 ‘심지(心志)’란 ‘마음에 품은 뜻’ 혹은 ‘의지’를 뜻한다. 원문을 직역해보면 ‘하늘이 장차 커다란 임무를 이 사람에게 내리려고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의 뜻을 괴롭게 만든다.’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의 명구는 서양 기독교의 성경에도 적지 않게 보인다. 예를 들면 「로마서」(5장)에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그러한 끈기는 희망을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라는 구절이 있고, 「잠언」(17장)에도 “도가니는 은을, 화덕은 금을 단련하지만, 주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을 단련하신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외에도 성경에는 고난이 바로 축복임을 설파하는 문장이 아주 많이 보인다.
중국에 서양 기독교의 가르침이 전파된 것은 아무리 빨리 잡아도, 경교(景敎)가 중국에 들어온 당나라 시대(618-907년) 이후다. 맹자는 춘추전국시대(B.C. 770-B.C.221) 말엽에 활동하였기 때문에 맹자나 그 제자들이 성경을 읽어 보았을 리는 없다.
맹자나 성경에 보이는 이런 말들은 사람들이 겪는 고생이 당장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것이 바로 그 사람에게 축복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말들이 동서양 고금에 보이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경험으로 깨달은 진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냉난방 설비나 좋은 생활환경 덕분인지 사람들이 힘든 것을 오래 참지 못한다. 인내력도 약해지고, 정신적으로도 나약하며 무언가를 지긋이 꾸준하게 지켜나가지 못한다. 혹독한 겨울의 한파나 쏟아지는 장대비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만큼 고생을 참아 내는 것도 힘들어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당연한 말이 요즘은 생소하게 들린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교수 랜디 포시(Randy Pausch, 1960-2008)가 암으로 사망하기 직전에 남긴 강연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장애물들은 한 가지 의미만 있다. 내가 어떤 것을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표지일 뿐이다.(Obstacles serve a purpose : They give us a chance to show how badly we want something.)” 장애물이 크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그만큼 나에게는 절실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는 뜻이다.
앞서 소개한 맹자의 명구를 간략하게 의역해보면, ‘고진감래(苦盡甘來)’, 즉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다. 고생이 있으니 행복이 있고, 그 행복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고생은 삶을 더 풍요롭고 깊게 만드는 것이지, 우리를 좌절시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 출전 :『맹자(孟子)』「고자하(告子下)」
# 내용소개 : 임태홍(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