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께서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다. 옛것을 좋아하고 민첩하게 그것을 구하는 사람일뿐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 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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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3-28
공자는 사람을 知에 이르는 방법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나면서부터 아는 사람 즉 생이지지(生而知之)이다. 둘째는 나면서부터 알지는 못하지만 배워서 아는 ?泳?즉 학이지지(學而知之)이다. 셋째는 살아가면서 곤란을 겪을 때 그 이유를 배우면서 이치를 깨달아 가는 사람 즉 곤이학지(困而學之) 또는 곤이지지(困而知之)이다. 그리고 넷째는 곤란을 겪으면서도 알기위해 노력하지 않아 결국 알지 못하는 사람들 즉 곤이불학(困而不學) 또는 곤이부지(困而不知)이다.
동서고금의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공자가 살던 시기에도 그를 성현 또는 성인이라 칭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에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부적절하게 공자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공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언행과 사고가 시대에 대한 窮究에서 비롯되었다는 점(好學) 즉 學而知之임을 밝혀 그의 철학이 현실 속 실천에서 확립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이다.
나아가 공자는 유교의 이상을 실천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시행착오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새롭게 배워야 함과 실수에 대해서는 반드시 고쳐야 함도 강조하였다. 그가 ‘안다는 것이란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해야 한다’(知之為知之, 不知為不知.)고 한 것이나, ‘과실이 있다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過則勿憚改)고 한 것은 바로 이런 그의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자도 가끔 실수가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자유(子游)가 재상을 있는 무성(武城)이라는 조그만 고을을 방문하였다. 자유는 스승에게 배운 대로 예악을 통해 사람들을 가르쳐서 모두 현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때 공자는 자유를 보고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고 있다’고 비웃었다. 그런데 자유는 이렇게 대답했다. “윗사람들이 도를 배우면 아랫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고, 아랫사람들이 도를 배우면 윗사람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그것을 따르게 됩니다.(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상하의 화합과 그것을 일관하는 원칙 즉 道(禮樂)였던 것이다. 그제서야 공자는 앞에 자신의 말이 농담(戱言)이었다고 수습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자의 이런 학문관이 그의 성인됨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즉 유교에서 말하는 성인이란 세상에 변하지 않는 이치도 알아야 하지만 동시에 이를 현실에 드러내기 위해서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하는 것 역시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尹焞은 윗 구절에 대해 “나면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의리일 뿐, 예악과 사물의 명칭은 예전부터 계속 변해왔으니 반드시 이것들에 대한 배움이 있은 후에야 이로써 그 실질을 경험할 수 있다.”(蓋生而可知者, 義理爾. 若夫禮樂名物, 古今事變, 亦必待學而後, 有以驗其實也.)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교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인간은 본심의 자각과 시대에 따른 變通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가 제자들에게 배움을 강조하고 또한 자신 역시 好學者 또는 學知者로 규정하여 스스로 배움에 철저 했었던 유교의 진정한 성인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가치관은 우리나라 유학에도 지속되어 온 흐름이기도 했다. 이황, 이이 선생 등의 鮮儒들의 학문은 항상 이 두 가지를 겸비하고 있었으며, 조광조, 김육, 유형원, 이익, 정약용, 박지원 같은 실학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유교적 이상정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회 제도를 내놓은 분들이다. 또한 구한말 서세동점기와 일제강점기에 장지연, 박은식, 정인보 그리고 성대 초대 총장이셨던 김창숙 선생 등은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국가와 민족의식을 회복하기 위해 과거식의 유교적 학풍에 서구의 제도를 받아들여 한국의 유교 정신과 신문명간의 ?똑??추구하셨던 것이다.
오늘날 21세기는 과거와는 또 다른 사회적 가치관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유교가 과연 현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포용하고 새로운 이상을 제시할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그러나 공자와 이후 諸儒들은 오히려 이런 때가 바로 유교의 이상을 발현시켜 인간의 본심을 발견하고 이를 사회로 확장시킬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현실을 실천적으로 이해하여 우리시대에서 유교적 仁의 정신을 발현하기 위한 노력은 오늘날에도 지속되어야 할 유교의 참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출전; 『논어(論語)』「술이(述而)」
#내용소개; 김현우 (울란바타르 대학교(Ulaanbaatar University) 한국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