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법도를 잘 지키는 신하나 보필을 잘하는 현명한 관리가 없고, 밖으로 적국이나 우환이 없다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
- 임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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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3-28
원문에서 ‘법가(法家)’는 법을 잘 지키는 관리를 뜻하며, 불사(拂士) 는 잘 보좌하는 관리를 말한다. 일부 번역 책에는 ‘사(士)’를 ‘선비’로 번역한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관리로 해석했다. ‘선비’란 우리나라 조선시대 초기에 형성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개념이기 때문에 중국 고대 문장에 나온 ‘사’를 선비로 번역하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맹자는 말투를 살펴보면 상당히 과감하고 단정적인 성격의 소유자 같다. ‘반드시’ 혹은 ‘항상’의 뜻이 있는 ‘항(恒)’자를 즐겨 쓰거나 ‘~일 뿐이다’, ‘~일 따름이다’라는 외골수적인 표현(而已矣)을 잘 사용한다. 그는 국내에 법을 잘 지키거나 보필을 잘하는 사람들이 없고 국외로부터 위협이 없으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고 하였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돈 오버도퍼(Don Oberdorfer, 1931-)교수는 그의 유명한 저서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1997년)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잘못된 장소에 있는 잘못된 크기의 국가였다.(Korea has been a country of the wrong size in the wrong place)” 코리아는 인접해 있는 중국이나 일본에게는 충분히 크고 침략하기에 딱 좋은 위치에 있지만, 더 강대국인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들에게는 주??나라들 보다 너무 적고, 위치도 한쪽 구석에 있어 별로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이 동지나해의 섬 몇 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그곳의 지하자원에 중국과 일본의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돈 교수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크기로 두 나라를 압도할 수도 없는데, 위치도 하필이면 중간이어서 이 두 나라가 전쟁을 시작하면 어떤 상황에 몰리게 될까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 두 나라를 피해서 멀리 이사를 가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하다.
맹자의 말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 이런 때 일수록 국민을 잘 보살피는 현명한 공무원이 필요하고, 올바르게 사태를 볼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할 때다. 또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을, 임진왜란‧병자호란 직전이나 조선시대 말엽의 상황처럼 남의 나라 불구경하듯이 볼 것이 아니라, 두 나라가 결국 우리나라를 노리고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바깥에서 일어나는 우환을 외면하는 순간 국가는 반드시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다.
위에 소개한 맹자의 문장은 어떤 개인이나 가족, 혹은 어떤 조직이나 단체에 응용해도 어울리는 말이다. 자기 내부에 끊임없이 경계하고 조심하는 마음이 없고, 외부에 자신을 위협하는 요인이 없는 개인이나 조직은 반드시 무너진다는 말이다. 다소 단정적이고 외골수적인 표현이지만 이러한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출전 :『맹자』「고자(告子)」
# 내용소개 : 임태홍(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