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 사람들이 마음으로 복종하지 않는데도, 왕 노릇을 한 자는 지금까지 없었다.
- 임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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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3-28
맹자의 문장 중에는 이 문장이 과연 고대에 써진 문장이 맞는가 하고 의심스러울 정도로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의 문장이 적지 않다. 여기에 소개한 명구도 그런 문장 중 하나다.
맹자는 전국시대 말엽에 활동한 사람이다. 당시는 약육강식의 시대로 수많은 나라들이 전란에 휩싸여 사라지던 때였다.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약한 나라를 마음대로 멸망시키고 통합해나가던 시대였다. 백성들도 군주의 사유재산처럼 여겨지던 시대였는데 맹자는 어떻게 민주주의 시대에나 어울릴 듯한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었을까?
맹자가 사망하고 약 70년 뒤에 세상은 법가(法家)를 중시한 진나라에 의해서 통일되었다. 법가는 국가를 다스릴 때는 군주가 정한 법규에 의해서 상벌(賞罰)로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의예지와 같은 덕목으로 국가를 다스리자는 유학자들은 소수파였다.
앞에 소개한 문장 앞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선(善)으로 다른 사람을 복종시키려는 사람이 정말 그렇게 다른 사람을 복종 시킬 수 있었던 경우는 없다. 선으로 다른 사람을 기른 뒤에 천하를 복종시킬 수 있는 것이다.(以善服人者 未有能服人者也. 以善養人然後, 能服天下.)” 여기에서 ‘기르다’로 번역한 ‘양(養)’자는 ‘기르다’라는 뜻 외에도 ‘가르치다’, ‘다스리다’, ‘치료하다’, ‘양육하다’, ‘회유하다’라는 뜻이 있다. 그러므로 맹자의 말은, 다른 사람을 가르치거나, 회유하거나 양육하거나 하는 행위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어 스스로 복종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문장을 주석한 송나라 주자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을 복종시킨다(服人)’는 말은 그 사람을 이기고 승리를 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기른다(養人)’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 선(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마음속에 있는 공(公)과 사(私)의 차이는 아주 작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따르고 안 따르는 결과는 아주 크다.(服人者, 欲以取勝於人. 養人者, 欲其同歸於善. 蓋心之公私小異, 而人之嚮背頓殊). 내 ‘개인(私)’을 위해서??아니라, 다른 사람을 포함한 ‘우리 모두(公)’를 위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맹자가 전국시대 말엽에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는 것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충성심을 가지고 국가를 지키려고 하지 않아 국가가 멸망한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당시는 모든 나라가 멸망해가고 있고, 오직 진나라 한 나라만 승승장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합심해서 국가를 지키려고 했더라도 거의 모든 나라가 멸망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때였다. 그래서 맹자의 말도 반드시 맞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맹자의 말이 당시 상황에 맞건 틀리건 맹자가 말한 ‘심복(心腹)’의 사상 그 자체는 오늘날 민주주의 시대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말이다. 사람들의 마음, 즉 민심이 정권을 떠나면 그 정권은 표를 얻지 못하고 결국에는 야당에 정권을 내주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정치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도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복종심을 얻지 못하면 요즘에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 출전 :『맹자』「이루(離婁)」
# 내용소개 : 임태홍(성균관대 유교문화?П맑?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