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마침과 시작이 있으니,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알면 도에 가까울 것이다.
- 모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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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12
공자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더라도 괜찮다.(朝聞道, 夕死可矣)”라고 말했다. 목숨보다 더 큰 가치를 가졌다고 하니, ‘도’란 무언가 보통 사람과는 거리가 있고 알기도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대학』에서 말하는 ‘도’를 살펴보면, 먼저 삼강령(三綱領)이라 하여 명명덕(明明德)·친민(親民)·지어지선(止於至善)의 세 가지를 언급하고, 그 뒤에 다시 팔조목(八條目)이라 하는 평천하(平天下)·치국(治國)·제가(齊家)·수신(修身)·정심(正心)·성의(誠意)·치지(致知)·격물(格物)을 말하고 있다.
먼저 하고 나중에 해야 할 것을 알면 도에 가깝다는 말은 삼강령과 팔조목을 언급한 중간에 나온다. 이에 따르면 삼강령과 팔조목은 사람이 지키고 추구해야 할 ‘근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근본과는 거리가 있는 지엽적인 일들, 곧 먹고 자는 등의 일상적인 일들은 ‘말단’인 셈이다. “일에는 마침과 시작이 있다.”라는 말은 모든 일에는 밟아나가야 할 순서가 있음을 말한다. 격물과 치지에서 시작하여 평천하에까지 이르는 팔조목이 그 예인 셈이다.
일상생활로부터 좀 더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자. 학생에게는 공부가, 교사에게는 교육이, 시인과 화가에게는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는 일이 각자의 ‘근본’이 된다. 학생에게는 누구를 가르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이 자신의 본분과는 거리가 있는 ‘말단’인 것이다.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제쳐두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매달리는 경우를 말한다. 자신의 일이 힘들어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게임이나 취미생활을 즐길 수는 있다. 그러나 취미에 몰두한다고, 해야 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이를 잘 알아서 자신의 주된 일이 어려움에 처해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지만, 어떤 사람은 도피하거나 현실을 잊고자 다른 일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그렇게 보면 경험에 따라 터득하는 삶의 지혜 또한 ‘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의 선후 또한 마찬가지이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조리의 순서에 따라 음식의 맛은 달라진다. 또 다른 예로, 맹자는 먼저 가족??사랑하고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 후에 만물을 사랑하라고 말한다.(親親而仁民, 仁民而愛物) 博愛는 좋은 이념이지만 모두를 똑같이 사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의 중요도에 따른 순서의 구분을 알고 이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 삶의 지혜이고, 또 ‘도’인 것이다.
* 출전 : 『대학』
* 집필자 : 모영환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