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有恥且格 <해설> 부끄러움을 알아서 스스로 바르게 된다. <내용>이 말은 『논어』에서 바른 정치의 효과로서 제시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올바르지 못한 정치의 역기능으로서 “백성들이 모면하기만 하고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民免而無恥].”라는 말을 제시한다. 유치차격(有恥且格)이 덕치와 예치의 결실이라면, 민면이무치(民免而無恥)는 진정성이 결여된 권모술수적인 정치와 편파적인 법치의 부작용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유치차격’의 나라가 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이런 나라는 양심이 살아있는, 자정능력을 가진 선한 나라이다. 선한 나라란 우리 스스로 뿐만 아니라 인류전체를 행복하게 해 줄 고급문화를 끊임없이 창출해 내는 문화국가와 동의어이다. 왜냐하면 선함에서 진리에 바탕을 둔 고급문화가 나오기 때문이다. 진선미(眞善美)가 삼위일체임을 염두에 두면 이 점은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에 반해 ‘민면이무치’로는 절대로 문화국가가 될 수 없다. 문화국가가 되자면 생존의 보장, 법질서와 기강의 확립이 먼저 선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나라를 강한 나라라고 한다. 생존의 보장이란 흉년 없고, 전쟁 없고, 전염병 없음을 가리킨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국방력과 사회보장제도가 구비된 나라이다. 우리는 다행히 이미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다. 이처럼 강함을 바탕으로 선함이 가능하지만, 현재 한국은 결코 선한 나라가 아니다. 고소고발건수, 부패지수, 학교폭력, 자살률, 그리고 행복지수 등이 우리의 실상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우리 자신과 인류를 행복하게 할 고급문화가 나올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또한 이 상태로는 희망이 없다. 제대로 된 통일도 결코 이룰 수 없다.
선한 나라가 못되는 원인은 바로 법질서와 기강의 확립이 안 되기 때문이다. 법질서와 기강 의 확립은 덕치, 예치의 교화, 감화를 위한 기본바탕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법이 제 때 제대로 제정되지도 못할뿐더러 있는 법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특히 솔선수범해야 할 기득권 세력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 검찰, 법원, 경찰 등이 문제다. 이들을 현 상태대로 방치한다면 대다수 국민들은 ‘민면이무치’의 후안무치한(厚顔無恥漢)이 되어서, 우리사회는 갈수록 저질화, 저급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김형식 사건 등도 이런 사회분위기의 소산으로서 앞으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 기득권 세력에게는 자정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시중잡배 수준의 모리배, 정상배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 ‘숯이 검정 나무라는 격’으로 어떻게 법질서와 기강 확립이 되겠는가? 따라서 어떤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선택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어쨌건 비상한 노력을 경주하여 이들 본원지의 윗물을 정화한 뒤에,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통해서 부끄러워할 줄 아는 국민의식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얼마나 신속하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느냐에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고 본다. 제대로 된 통일을 이루고 우리와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 고급문화를 창출하는 위대한 나라가 되느냐, 아니면 인간다운 삶이 불가능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늑대상태의 나라로 전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임을 무엇보다도 위정자들이 똑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출처:『논어』「위정」 집필자 : 손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