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和而不流<해석>조화로우면서 휩쓸리지 않는다.<내용> 이 구절은 제자 자로가 ‘강함’(强)에 대해 묻자 공자가 군자의 강함을 4조목으로 제시하면서 그 첫째 조목으로 언급한 말이다. 둘째 조목으로 언급한 “중심에 서서 기울어지지 않는다.”(中立而不倚)라는 것이 자신의 내면에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를 세우고 있음을 말한다면, 가장 먼저 제시한 이 구절은 세상에 나가 활동할 때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여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실제로 한 사람의 인격에서는 안으로 자신을 지키는 지조와 밖으로 세상을 경영하는 방법이 서로 상응하고 있다. 속으로 심지가 허약하면 겉으로 아무리 거센척해도 쉽게 주저앉기 마련이고, 밖으로 남을 감싸주는 도량이 있는 사람은 안으로 그 흉금이 넓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겉볼안”이라 하지 않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데, 사람마다 제각기 생각이 다르고 욕심이 다르다. 더구나 제 생각을 내세워 고집을 부리거나 제 욕심을 채우려고 억지를 쓰는 광경은 우리 주변에 흘러넘치고 있다. 그러니 입만 열면 서로 비난하는 소리가 시끄럽고, 잘못이 드러나도 뻔뻔하게 변명만 하니 우리 가슴을 한없이 답답하게 한다. 과연 이런 대중을 모두 포용하여 화합시킬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천하를 짊어질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일 것이다. 이런 어려운 일은 제각기 제소리 밖에 못내는 악기를 들고 다니는 악사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아름다운 음률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명지휘자와 같지 않을까? 모든 악기를 조화시키려면 모든 악사들이 공감하는 가장 아름다운 음률을 찾아내어 제시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제각기 생각과 욕심이 다른 대중들을 하나로 결합시켜 조화를 이루게 하려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공통의 이상을 제시하고, 모두가 믿고 따라올 수 있는 신뢰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때 지휘자나 지도자가 한 순간이라도 사사로운 생각이나 욕심에 빠지면 그 순간에 조화는 산산이 깨어지고 만다. 휩쓸린다는 것은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 항상 출렁거리고 파도치는 사사로움에 빠지는 것이다. 개인적인 기호, 친분,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 가을하늘처럼 투명한 정신을 중심에 세울 수 있는 인격이라야, 작게는 자신을 조화로운 인격으로 세우고, 자기 집안을 화목한 가정으로 이끌고, 자기 직장과 자기 이웃, 자기 나라를 조화롭게 이끌어 갈 수 있다. 조화로움을 확고하게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온갖 유혹과 압력과 욕심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출전> : 『중용』<집필자> : 금장태 / 서울대 종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