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해석>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내용> 공자는 배우고 그것을 때로 익히는 것에서 마음의 기쁨을 찾고, 내가 배우고 익힌 것에 대해 믿고 따르는 벗을 만나는 데에서 즐거움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자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일구고 그것을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일반화된 타자들에게서 인정받음으로써 온전한 주체의 형성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는 자라면 아마도 그는 군자일 것이라는 공자의 언설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주체 형성의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것인가를 매우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한 개인이 아무리 “나는 잘났어!!”라고 생각한다 해도 다른 사람의 동의나 인정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주체의 정체성으로 온전히 자리매김 되지 못한다. 주체의 정체성은 타자의 인정에 의존하여 이루어지고 타자의 정체성 역시도 상대방의 인정에 의존하여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정 개념은 주체로 하여금 자신을 특정한 인간으로 이해하게 하는 실천적 확증의 형태들이다. 따라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주체가 자신의 정체성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확신할 수 있는 실천적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인정받는다는 것, 혹은 타자를 인정한다는 것은 각각의 주체들이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관계, 즉 긍정적인 자기의식을 가지게 하는 심리적 조건임과 동시에 인간 사회에서 주체가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된다. 인정이란 주체와 타자 간의 동일한 어떤 지점을 찾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주체와 타자 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를 발견하고 그 차이들을 그대로 두는 속에서 논의되는 것을 의미한다. 타자를 인정하고 타자에게 말 걸기를 시도하면서 어떻게 타자를 타자로 놓아둘 것인지, 더 나아가 어떻게 타자가 타자로 존재하고 계속 그렇게 남아 있도록 격려해줄 것인지를 고민하는 문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자는 타자에 대한 인정이 주체 형성의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역설하면서도, 낯선 타자가 나를 이해하는 방식이 내가 나를 이해하는 방식이나 가까운 벗들이 나를 인정하는 방식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성내지 않을 것을 제시한다. <출전> : 『論語』 「學而」 <집필자> : 김세서리아 /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