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禮貌未衰, 言弗行也, 則去之.
<해석> 예를 다해 대우해도 자기 뜻을 실현할 수 없으면 떠난다.
맹자는 군자가 관직에 나아가는 세 가지 경우를 이야기한다. 이념의 실현을 위해 관직에 나아가는 경우, 자신에 대한 예우가 극진하기 때문에 관직에 나아가는 경우,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 관직에 나아가는 경우가 그것이다.
먼저, 이념의 실현을 위해 관직에 나아가는 경우는 공경을 다하여 예로써 맞이하며 자기 말대로 실행하겠다고 말하면 관직에 나아간다. 그러나 예를 다해 대우해도 자기 말대로 실행하지 않으면 관직을 그만두고 떠난다. 이것이 바로 군자의 올바른 처신이다.
다음, 비록 자기의 의견을 받아들여 실행하겠다고 말하지 않더라도 공경을 다하고 예로써 맞이한다면 관직에 나아간다. 이 경우는 예로 대하는 모습이 전보다 못해지면 관직에서 떠난다. 이는 예우가 극진해서 관직에 나아갔기 때문에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먹고 살기 위해 관직에 나아가는 경우는 이렇다. 아침밥도 굶고 저녁밥도 굶어서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것을 임금이 듣고 “내가 크게는 그의 도를 실행하지 못했고 작게는 그의 말을 따르지도 못했지만, 내 땅에서 굶주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하며 구제해 준다면, 또한 그것을 받아들여도 좋다. 그러나 굶어죽는 것을 면하는 것으로 그칠 따름이다.
이것은 이른바 공양(公養)을 위한 관직 생활이다. 임금은 백성을 먹고 살게 해줄 의무가 있다. 그래서 자기 나라에 굶주리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자기 허물을 뉘우치며 관직을 제시하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굶어죽는 것을 면하는 데 그친다는 것은 최소한의 지조는 지킨다는 뜻이다. 먹고 살기 위해 관직에 나아갔다면 다른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유교 전통에서 관직에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 곧 출처(出處)는 유자에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군자가 관직에 나아가는 것은 바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단지 자리를 위해서가 아니고 또 예우가 극진해서도 아니다.
요즈음 관직에 있는 이들이 깊이 새겨둘 말이다.
<출전> : 『孟子』 「告子下」
<집필자> : 강중기 / 서울대 철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