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해석> 마음이 거기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大學』에서 “마음을 바르게 함(正心)”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이 구절 뒤에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食而不知其味)”라는 말이 이어진다.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는 말은 쉽게 들어오지만,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거나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는 말은 알아듣기 어렵다.
이 구절을 이해하려면 한자 ‘視’과 ‘見’, 그리고 ‘聽’과 ‘聞’에 주목해야 한다. 이 글자들은 영어로 ‘look’과 ‘see’, ‘hear’와 ‘understand’로 번역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다. 그러나 시각 영상이 우리 눈에 들어오고 소리가 우리 귀에 들리더라도 우리 마음이 거기에 있지 않으면, 곧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다.
영화 <감시자들>에 “부주의맹시(不注意盲視)”라는 말이 나온다. 사람은 자기가 보려고 하는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어서 주의하지 않는 것은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냥 보아서는 볼 수 없고 관심을 기울여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듣는 것과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사람이 무언가에 마음이 푹 빠져 있을 때에는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르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음식에 마음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이 딴 데 가 있는데 음식 맛을 알 턱이 없는 것이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고 한다. 미움도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있을 때 생겨나는 법이다. 애증(愛憎)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사람은 관심이 있는 만큼 보게 된다. 관심이 없으면 아예 존재 자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관심이 없으면 사랑이나 미움이 생겨날 턱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과 미움은 동일한 감정의 양면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관심을 가진 대상에 대한 감정의 다른 측면이라는 차원에서 말이다.
관심을 가져야 할 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살아가는 죽은 삶이라 하겠다.
<출전> : 『大學』
<집필자> : 강중기 / 서울대 철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