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博於外而尤貴精於內.
<해석>
밖에서 널리 익히지만 안에서 정밀하게 하는 것을 더욱 귀중하게 여긴다.
<내용>
견문을 통해 두루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되 반드시 생각하고 사려하여 내 안에서 숙성시켜야 진정한 지식이 된다는 의미다. 박어외(博於外)는 세상의 이치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외부세계에 대해 광범위한 지식[廣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외적 지식은 책에서 보고 듣는 것만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체득하게 되는 지식까지를 포함한다. 그러나 광식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습득한 것이므로 모두가 옳은 것이 될 수 없고 오랫동안 쌓이게 되면 서로 상충될 수 있다. 때문에 진정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심을 고요히 하고 외부에서 습득한 지식을 깊이 사려하여 정미함을 구하는(精於內) 노력을 반드시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연과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력과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이 길러지며 더 나아가 도덕적 인격의 도야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볼 말이다. 정보기술(IT)의 혁신은 각종 지식과 정보를 클릭 한번으로 손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되었으며, 더욱이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식에의 접근이 가능해졌다. 방대한 지식 정보의 공유는 토플러가 예견하였듯이 우리의 모든 삶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왔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잃는 것도 있다. 아날로그 시대와 달리, 지식을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하듯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면서, 굳이 학문을 통해 어렵게 얻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IT혁신으로 과거에 비해 밖의 견문에 대한 학습은 쉽게 이루게 되었지만 정미함을 구하는 것은 도외시되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며, 이러한 현상이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신세대를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교육현장에서 주입식 교육 대신 생각하는 교육을 중시하고 대중에 대한 인문학 강좌를 늘이는 등의 사회적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각자가 안에서 정밀하게 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이다. 오늘날 패스트푸드 형의 지식에 점점 익숙해지는 우리는 왕정상의 학문하는 방법을 되새겨볼 가치가 있다.
<출전> : 『愼言』, 「潛心」
<집필자> : 권오향 / 인문예술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