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易, 窮則變,變則通,通則久. 是以自天祐之, 吉無不利.
〈해석〉
역은 다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지속한다. 그러므로 하늘로부터 도와서 길하고 이롭지 않음이 없다.
〈내용〉
어떠한 상황이든지 간에 일정한 한계에 이르면 그에 맞게 다른 상황으로 바뀌게 마련이고 또한 이렇게 바뀌어야 상호 간에 소통 속에서 일정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삶의 실재(reality)는 “변하면 통하는” 변화와 균형의 과정이면서도 더 나아가 “통하면 지속하는” 안정과 지속의 과정이다. 인간은 이러한 혼종(混種, hybrid)과 창신(創新, creativity)의 과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직면한 상황에 대처하고 이를 극복하여 자연스레 그에 알맞은 보람찬 삶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변통관(變通觀)’에서 우리는 현대사회의 복잡다단한 구조를 조명해 볼 수 있다. 어떠한 체계나 조직이든지 간에 구성요소들이 분화와 통합을 특징으로 하는 상호작용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는 구성요소들이 서로 특정의 균형의 상태에 이르렀다가 어느 순간에 다시 변화의 작용을 일으킨다. 전체적인 통합의 수준에서 보자면, 변화를 일정한 정도로 포용하는 균형이 이루어지는 반면에, 균형을 일정한 정도로 수용하는 변화가 발생한다. 즉 물질과 에너지의 지속적인 유입과 유출에 따라 신진대사와 세대교체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창조의 생명력이 끊임없이 발휘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어떠한 특정의 시기나 상황에서도 완성된 혹은 완결된 균형이란 결코 없으며 균형에 도달한 상태는 새로운 단계로 변화하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은 필연성, 우연성 및 개연성의 관계로 이루어진다. 인간의 삶에서는 필연성과 우연성의 주기적 계기, 즉 단계적이고도 연속적인 방식이 존재하며 이에 따라 전개되는 예측할 수 없는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개연성이 있기 마련이다. 인간의 삶은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온갖 문제들 해결해나가는, 객관적 상황과 주관적 입장이 교차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만일 개인적 삶의 특수한 상황과 관계없이 철저히 개인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필연성의 객관적 측면으로만 보려한다면 곧바로 숙명론(宿命論)이나 인과율(因果律)의 법칙에 빠지고 만다. 숙명론과 인과율의 법칙은 서로 관련성도 없고 서로를 포용하지 않을지라도, 특정의 상황이나 사태에서 오로지 절대적으로 필연성만이 존재한다고 보고 수시로 발생하는 우연성이나 개연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이 이것에 의존해서는 특정의 상황을 올바로 선택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인간에게 올바른 선택과 합리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 ‘변통관’의 취지이다. ‘변통관’은 우리 인간은 변화하는 세계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면서도 세계가 변화하는 것을 주체적으로 주도해야 한다는 인생의 교훈을 담고 있다.
〈출전〉 『周易』, 「繫辭傳」
〈집필자〉 김연재 / 공주국립대학 동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