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一張一弛, 文武之道.
<해석>
한 번 당겼다가 한 번 푸는 것이 문왕과 무왕의 도이다.
<내용>
21세기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시대다. 지속가능성은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지속가능성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 새로운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으로서 제시되면서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화두로서 부상했다. 이 ‘리우 선언(Rio Declaration)’이 생태계의 유지와 자연환경을 고려해서 경제발전과 환경보전을 조화시키는 아젠다였다면, 2012년에 열린 유엔지속가능발전회의(UNCSD)에서는 리우 선언을 사회적 차원의 보편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차원으로 확대시켰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경영 차원에서 경제적 신뢰성,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을 아우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한 경영’(corporate sustainability management)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모든 활동은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지속가능성은 어떤 패턴으로 구성되는가? 『예기』는 ‘긴장’[張]과 ‘이완’[弛]의 병행과 반복을 지속가능한 삶의 지혜로 제시한다. “당기기만 하고 풀지 않으면 문왕과 무왕도 어찌할 수 없으며, 풀기만 하고 당기지 않으면 문왕과 무왕도 어찌하지 않는다. 한 번 당겼다가 한 번 푸는 것이 문왕과 무왕의 도이다.〔張而不弛, 文武弗能也; 弛而不張, 文武弗爲也. 一張一弛. 文武之道也.〕” 활시위는 평소 느슨하게 풀어서 보관하지만 활을 쏠 때에는 팽팽하게 당겨서 사용한다. 이완이 없이 긴장으로만 일관하면 활시위가 지나치게 팽팽해진 나머지 끊어져 버리고, 긴장이 없이 이완만 지속한다면 너무 느슨해져서 활로써 쓸모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가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이 바로 활이 지속적으로 제 기능을 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것이다.
긴장과 이완은 모든 유기체의 지속가능한 생체 리듬이기도 하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자듯이,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지혜가 필요하다. 개인도, 사회도, 정치도, 경제도. 이완만 있고 긴장이 없으면 발전이 없지만, 긴장만 있고 이완이 없으면 그 발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성과를 내기 위해 밤샘을 거듭하며 폭주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도, 자유로운 휴식만 추구하면서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만 가득한 세상도 지속가능한 모델은 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다르다. 우리 사회 한 편에는 성과를 올리기 위해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일하기만 하다가 과로사로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회자되는 반면, 다른 한 편에는 능력도 있고 의지도 있지만 정작 일거리가 없어서 계속 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한숨이 가득하다. 높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 사람을 자르고 노동 강도를 높여서 비용을 줄이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되겠지만, 그런 긴장의 방식이 과연 지속가능할까? 사회적으로 겪는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사회를 등지고 자연으로 떠난다면 그 당사자는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겠지만, 그런 이완의 방식으로 과연 사회를 유지할 수 있을까? 활시위에서 음과 양의 조화를 읽어낸 『예기』의 지혜처럼, 긴장과 이완의 적절한 조화가 그리운 시절이다.
<출처> 『예기禮記』 「잡기하 雜記下」
<집필자> 박종천 /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