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罔談彼短 靡恃己長
<해석>
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나의 장점을 믿지 마라.
<내용>
한국인에게 ‘한문’하면 떠오르는 책 하나를 꼽아보라고 하면 과반수가 『천자문』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천자문은 우리에게 친숙한 책이다. 그러나 천자문을 제대로 읽어보았느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아직’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천자문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사회에서는 어린이가 서당에 입학하면 먼저 천자문을 배웠다. 중복된 글자가 없어서 배우는데 지루하지 않고, 쓰임이 많은 글자들로 이루어졌다는 장점 때문이다. 일종의 글자공부인 셈이다. 그러나 천자문이 담고 있는 내용은 매우 깊고 크다. 요즘은 동양학을 전공한 전문가도 그 글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천자문은 6세기경 중국 양(梁)나라의 주흥사(周興嗣)가 찬술하였는데 그가 온 정력을 쏟아 부어 하루 만에 짓고 나니 머리가 온통 희어졌다 하여 ‘백수문(白首文)’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천자문은 문(文)․사(史)․철(哲)을 겸비한 대 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천자문에는 주옥같은 글귀들이 가득하다. 이 글귀는 매우 쉽고 평범한 것이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겸손과 배려의 덕목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다. 단점은 감추고 장점은 과시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내가 남의 단점을 이야기한다면 남도 나의 단점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바로 인간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진다. 남의 단점을 말하는 것 자체가 곧 나의 단점인 것이다.
장점은 얻는 것보다도 온전히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장점을 과신하게 되면 도리어 단점이 된다. 나의 장점은 나보다 더 나은 장점을 가진 사람에 비하면 단점이 될 뿐이다. 예로부터 자신의 재주를 믿고 함부로 행동하다가 실패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높은 곳에 있을수록 낮은 곳을 돌아보아야 한다. 겸손과 배려는 이른바 ‘가진 자’가 돌아보아야 하는 덕목이다.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억압과 과시가 아니라 겸손과 배려이다. 가진 자의 겸손과 배려는 그 어느 꽃향기보다도 더 향기로울 수 있다.
<출전> : 『천자문』
<집필자> : 심현섭 /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