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春秋辯是非, 故長於治人.…春秋以道義, 撥亂世反之正.
<해석>
『춘추』는 옳고 그름을 변별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다스리는데 장점이 있다.…『춘추』는 도의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올바른 세상으로 되돌려놓는다.
<내용>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싫든 좋든 역사를 배운다. 왜 역사를 배우는 것일까? 영국의 역사학자 카((Edward Hallett 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다.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배웠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었나? 이런 질문에 대해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카의 대답은 명쾌하지 않다. 그러나 『춘추』는 도의(道義)를 통해 개인에게는 도덕적 옳고 그름을, 통치자에게는 통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사마천이 보는 역사다. 다시 말하면 사마천이 말하는 ‘역사’란 단순히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아니라, ‘확고한 도의(道義) 정립’이다.
『춘추』는 중국의 역사서로서, 중국 춘추(春秋) 시대 노(魯)나라 12명의 군주가 재임했던 242년간(기원전 722-481)의 역사를 편년체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춘추』의 편찬 동기에 대해 『춘추』경문(經文)에도 찾아볼 수 없다. 앞에 언급된 <명구>는 바로 『사기』의 저자 사마천(司馬遷)이 『춘추』의 편찬 동기와 『춘추』가 추구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서술한 글이다. 사마천은 시비를 가리고, 이를 통해 국가의 통치 모델 제시하는 것이 역사라고 보았다. 『춘추』에 기록된 역사적 사실은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통해 인간의 옳고 그름을 변별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다스리는데 장점이 있다.”고 한다.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은 ‘도의’다. 노나라의 역대 군주는 도의를 통해 세상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도덕을 재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실천하는 것이 역사다. 도덕의 재확립과 옳고 그름의 판단은 왜 하는가? 그것은 바로 ‘생명’의 고귀함 때문이다. 도덕의 재확립을 통해 인간다움을 드러내고, 옳고 그름의 판단을 통해 인간다움을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춘추』의 편찬 동기이고, 사마천이 『사기』를 쓴 궁극적인 이유이고 추구하고자 했던 목표이다. 그러므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든 한 개인이든 역사를 대함에 있어 한 치의 소홀함도 보여서는 안 된다. 이것이 과거의 역사가 현재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출전>: 『史記』「太史公自序」
<집필자>: 천병돈 / 대진대학교 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