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感於物而動, 故形於聲.
<해석>
(음악은) 사물에 느껴서 (마음이) 움직이므로 소리로 표현한다.
<내용>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가수 밥 딜런(Bob Dylan)이 선정되었다. 대중가수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역사상 최초였기 때문에, 여러모로 전세계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노벨상위원회는 그가 미국 노래 전통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는 것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가수이자 시인인 그가 음유시인으로서 창조한 시적 표현은 자유와 평화를 포크(folk) 음악의 선율에 담아 읊조리는 것이었다. 자유를 위한 저항과 반전을 향한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그의 시(詩)와 노래는 1960년대 미국의 인권운동은 물론, 1970-80년대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
인류는 그의 노래에서 인권을 짓밟는 각종 폭력에 대항하는 자유의 목소리를 들었고, 참혹한 전쟁의 참상을 극복하기 위한 평화를 꿈꾸었다.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 이 세상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 참혹한 세상을 향한 자성(自省)의 읊조림은 공감을 빚었고, 공감(共感)은 평화를 위한 행동을 낳았다. 딜런이 읊조렸던 자유와 평화는 그렇게 우리 가슴에 스며들었다. 이렇듯 음악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접하는 느낌에서 비롯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하여 우리는 음악을 느껴서 움직이는 ‘감동’(感動)이라고 부른다. 딜런의 음악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그 감동에 고취되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예기』에서는 그러한 감동의 표현인 음악이 마음의 움직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주목하면서도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사물의 작용을 더 중시했다. “모든 음악이 일어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 생기는 데서 비롯된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사물이 그렇게 시키는 것이다.”[凡音之起, 由人心生也. 人心之動, 物使之然也.] “치세(治世)의 음악은 평안하고 즐거우니 그 정치가 조화로운 것이고, 난세(亂世)의 음악은 원망하고 노여우니 그 정치가 어그러진 것이며, 망국(亡國)의 음악은 구슬프고 애달프니 그 백성이 고달픈 것이다.”[治世之音安以樂, 其政和; 亂世之音怨以怒, 其政乖; 亡國之音哀以思, 其民困.]
음악은 살아가면서 느낀 감정을 표현한다. 조화로운 정치는 평안하고 즐거운 음악을 낳게 마련이고, 어그러진 정치는 원망과 노여움을 드러내는 음악을 초래하기 마련이며, 고달픈 사람들의 단내 나는 삶은 구슬프고 애달픈 음악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소리로 표현하는 음악은 언제나 당대의 사회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음악을 살펴보면 정치가 잘 되고 있는지 어지러운지를 알 수 있으며, 백성들의 삶이 평안한지 고달픈지 알 수 있다. 음악뿐이 아니다. 문학, 미술, 영화, 만화, SNS에 이르기까지 모든 표현 매체에 담긴 감정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들의 삶이 펼쳐지는 사회와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치가 정상인지, 엉망인지, 아니면 끝장인지 느낄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즐겁고 평안한 치세인가? 원망과 분노가 가득한 난세인가? 아니면 분노조차 버거워 고달픈 신음소리만 겨우 흐르는 망국인가?
<출처> 『예기禮記』 「악기樂記」
<집필자> 박종천 /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