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君子之道, 或出或處, 或默或語, 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
〈해석〉
군자의 도는 나아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며 침묵하기도 하고 말하기도 한다.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 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를 끊을 수 있으며 마음을 같이하여 하는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
〈내용〉
이 글은 同人卦에 관한 설명이다. 동인괘의 내용은 인간의 진실한 관계와 사회의 대동단결을 비유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진실한 마음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에서 나타난다. 이를 서로 공감하고 공유할 때, 인간관계에서 신뢰나 믿음을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믿어야 할 때에는 믿어야 하고 행동해야 할 때는 행동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과 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적극적인 생활태도를 지니게 하며, 안정적인 삶을 모색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가치나 목표를 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진실한 삶의 태도를 가져야 고립적, 위선적, 가식적 자아의식이나 절망, 상실, 고독과 같은 심리적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의 사회적 문제인 이기주의가 극단으로 치닫는 파편화된 자아 혹은 자아상실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현실적 삶에서 특정의 상황 혹은 사건에 따라 변화의 양상과 추이를 인식하며 그에 대해 스스로 적응하고 조절하거나 조정하는 모종의 행위의 원칙을 세우고 운용한다. 특히 특정의 상황이나 사건을 예측하고 판단하고 선택하여 결정하는 데에는 가치의 문제가 개입되기 마련이다. 가치에는 개인과 사회에서 인간생활의 안녕, 사회적 이념이나 공동체, 윤리적 행위나 실천 등과 관련된 공동의 지향성이 있기 마련이다. 가치의 규준이나 원칙은 개인마다 사회마다 시대마다 각각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는 지식과 지혜가 통합되는 과정이 담겨있다. 인간은 삶의 과정에서 변화하는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며, 세계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창조적으로 변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방법적 지식을 축적하고 그 속에서 모종의 가치를 설정하고 이를 합당하게 운영하는 방식의 지혜를 터득하기 마련이다.
동인괘에는 바로 인간의 관계망을 바탕으로 하여 공동체의 사회적 역량으로서의 질서와 조화를 추구하려는 취지를 지닌다. 현대사회가 더욱 복잡하고 다변화되는 가운데 개인주의적 성향이나 개성을 추구하는 다양성이 존중되면서 사회 전반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통일성도 중시되고 있다. 최근에 민주적 사고, 인권보장, 사회복지 등과 같은 사회 전반의 흐름 속에서 사회의 각층은 개인적인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개인이 존중되고 사회가 발전하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는 사회의 분열, 갈등, 대립 등을 야기시키는 측면이 있으므로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성보다는 통일성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사회에서는 인간의 삶이 내면과 외면이 조화를 이루는 全人的 삶으로 향상되어야 하고 이를 사회적 역량으로 결집시켜 화합의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며 장기적으로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 여기에는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사회를 화합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나 수완이 필요하며, 특히 사회가 사분오열되고 갈등이 첨예화될 때에 소통과 통합의 구심점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동인괘의 내용은 바로 修己治人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大同社會의 목표를 추구해야 할 것을 역설한 것이다.
〈출전〉『周易』,「繫辭傳」
〈집필자〉 김연재 / 공주대학 동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