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君子之道, 造端乎夫婦.
<해석>
군자의 길은 부부에서 시작한다.
<내용>
왜 군자의 길이 부부에서 시작된다고 할까? 해답은 『주역(周易)』에서 찾을 수 있다.
“천지가 있은 후에 만물이 있고, 만물이 있은 후에 남녀가 있고, 남녀가 있은 후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후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은 후에 군신이 있고, 군신이 있은 후에 상하가 있고, 상하가 있은 후에 예의가 있어 처신할 방도가 있게 된다[有天地然後有萬物, 有萬物然後有男女, 有男女然後有夫婦, 有夫婦然後有父子, 有父子然後有君臣, 有君臣然後有上下, 有上下然後禮義有所錯].”
사람은 애초에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난다. 가족이 인간관계의 출발점인 것이다. 그런데 흔히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물보다 진하다는 피로 맺어진 끈끈한 혈연관계, 곧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자매가 모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녀가 부부로 결합함으로써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모든 인간관계의 근원적인 출발점은 부부라고 할 수 있다.
『중용』에서 “군자의 길은 부부에서 시작된다[君子之道 造端乎夫婦].”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남녀가 부부로 만나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음식에 대한 취향, 잠자는 시간,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 매사에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게다가 부부로 맺어지면, 두 집안이 결합되면서 부부의 부모와 형제자매를 비롯하여 많은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가 형성된다. 그리하여 흔히 어렵다고 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고부관계 뿐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배우자의 형제, 자매, 친인척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다.
부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고 서로 맞추어 가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어쩌면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다. 앞에서 인용한 『주역』의 구절 다음에 “부부의 길은 오래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항괘로 표현된다. 항이란 오래 간다는 말이다[夫婦之道不可以不久也, 故受之以恒. 恒者, 久也].”라는 구절이 이어짐은 당연한 듯하다. 결혼은 그저 부부생활의 시작일 뿐이다. 진정한 부부는 서로 이해하면서 서로 맞추어가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원만한 부부관계는 오랜 세월의 노력이 축적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출전> : 『중용(中庸)』
<집필자> : 강중기/ 인하대 철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