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仁慈隱惻 造次弗離
<해석>
인자하고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을 잠시도 (나에게서) 떠나게 하지 않는다.
<내용>
‘인자(仁慈)’는 사랑하는 마음을 의미하며, ‘은측(隱惻)’은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의미한다. 측은히 여기는 마음은 나의 마음속에 언제나 남을 사랑하는 선한 씨앗이 있기 때문에 싹트게 된다. 그 마음이 또한 인자(仁慈)이다. ‘인(仁)’이라는 글자를 보면 인(人)과 이(二)로 구성되어 있다. 즉 이인(二人), 두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둘이 붙어 다니는 사람들’이란 뜻도 될 수 있다.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에는 이(夷)자와 인(仁)자가 같은 뜻의 글자라고 기록되어 있다. 즉 이족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심성(心性)의 특징을 인(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너와 나의 관계를 경쟁과 극복의 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상생(相生)과 협력의 관계로 생각하는 우리 민족의 마음 상태를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우리’라는 말을 잘 쓴다. ‘우리’라는 말은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내가 너이며, 네가 나이니 우리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 집 ․ 우리 아버지 ․ 우리 엄마 등등의 말을 자주 쓰는 것이다.
공자 역시 ‘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으며, 제자들이 인에 대해서 물을 때마다 그 제자의 수준에 따라 알맞게 대답을 해주었다. ‘남을 사랑하는 것(愛人)’ ․ ‘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己所不欲勿施於人)’ ․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예로 돌아가는 것(克己復禮)’ 등이라고 하였다. 맹자는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인의 실마리(惻隱之心 仁之端也)’라고 했다. 어린아이가 막 우물에 빠지려고 하는 것을 보면 누구든지 얼른 구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는데, 그러한 마음이 바로 ‘측은지심(惻隱之心)’이며, 측은지심은 인이 피어나는 시작 점, 즉 인의 단서라는 것이다. 이 ‘측은’을 천자문에서는 ‘은측’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인의 실마리를 붙잡고 남을 나와 같이 사랑하는 마음이 잠시라도 나에게서 떠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용』에서도 “도라는 것은 잠시도 떠나게 할 수 없다. 떠날 수 있다면 도가 아니다.道也者不可須臾離也 可離非道也”라고 했다. 유가의 도는 인(仁)이요, 불가의 도는 자(慈)요, 기독교의 도는 사랑이니 이 세상의 모든 가르침의 도는 이 하나로 통하는 셈이다. 천자문의 이 글귀를 통해 상생과 화합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단서를 찾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출전> : 『千字文(천자문)』
<집필자> : 심현섭_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