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聖人之心如明鏡
<해석>
성인의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다.
<내용>
마음은 거울과 같다. 거울은 움직이지 않지만 보이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 그러나 사물이 지나가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사태에든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양명에 따르면, 사람의 마음은 본래 밝은 거울과 같이 사물이나 사건에 응해 그것의 본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출 뿐 더하거나 빠뜨리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이 밝은 거울과 같은 상태일 수는 없다. 오직 성인의 마음만이 밝은 거울과 같이 본래의 밝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다가오는 사물의 본래 모습을 비출 수 있다. 보통 사람의 마음은 어두운 거울과 같다. 거울의 어두움을 제거하고 본래의 밝은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거울에 비추는 사물의 모습을 바르게 하기보다는, 거울을 덮어 어둡게 만드는 티끌이나 먼지를 먼저 제거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마음에는 두 가지 집착(티끌)이 있다. 그 첫 번째는 이미 지나가버린 형상에 미련을 두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떠한 사건이나 사물이 아직 이르지 않았는데 이미 나의 마음이 먼저 달려가 있는 상황이다.
성인의 마음은 이미 지나가버린 형상은 지나간 대로 두고, 아직 오직 않은 형상은 미리 갖추지 않는다. 오직 사물이 오면 비추고 사물이 가면 미련을 두지 않는 밝은 거울과 같다. 하지만 보통 사람은 이와 다르다. 보통 사람 가운데서도 기질이 아름다운 사람은 거울에 낀 찌꺼기가 원래 적고 가린 것도 많지 않다. 그래서 거울에 낀 먼지를 닦아내는 공부를 조금만 한다면, 마치 끊는 물 가운데 떠 있는 눈처럼 금세 찌꺼기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기질이 아름답지 못한 사람은 거울에 낀 찌꺼기가 많고 가린 것도 두터워서 거울이 밝게 드러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거울로 사물을 비추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거울에 묻은 찌꺼기를 깨끗하게 닦아 거울의 밝은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거울에 여전히 혼탁함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거울로 사물을 비추는 데만 힘쓴다면, 영원히 사물의 본모습을 비출 수 없다.
<출전> 『전습록(傳習錄)』상(上) 21조목
<집필자> : 임홍태 /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