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君子居之, 何陋之有.
<내용>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곳에 공자가 살고 싶다고 하자, 어떤 사람이 그곳은 많이 누추한데 어찌 그곳에서 살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공자가 아무리 비루한 곳이더라도 덕 있는 사람이 살면 군자가 사는 동네가 된다고 대답했다.
인간의 욕망은 기본적으로 의․식․주에 먼저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도 안락한 곳에 거처하고픈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군자의 삶을 살려면 무엇보다 일신(一身)의 편안함에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 공자는 ‘군자는 배부름을 구하지 말고 거처함에 편안함을 구하지 말라’고 했다. 군자가 되려면 쓸데없이 지니고 있는 많은 껍데기를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한다. 장자는 자기가 가진 이름조차도 세상에 나와 살고 있는 동안 잠깐 찾아온 손님[名, 實之賓]이라고 했듯이, 내가 사는 곳, 내가 지닌 것들은 모두 나의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꼭 필요한 것만 빌려와서 쓰다 돌려주고 돌아가면 된다.
당대(唐代)의 시인이자 유학자인 유우석(劉禹錫)은 「누실명(陋室銘)」이라는 시를 지었다. 시에서 “산이 높아서 명산이 아니고 그 산에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 된다. 물이 깊다고 신령한 물이라 하지 않고 물 안에 용이 살아야 명수가 된다.”고 했듯이 대궐같은 집을 짓고 살아도 그 안에 사는 사람이 군자의 도를 다 하지 못하면 그 집은 명가가 될 수 없다. 훗날 이름을 남긴 사람의 고택을 찾아가 보면 대궐같이 큰 집 보다 아담한 초가집이 많다.
덕을 지닌 사람의 삶은 비록 집은 작고 생활도구가 누추하더라도 늘 경전 읽는 소리가 들리고 묵향이 밖으로 풍겨 나오며 금을 타는 소리가 담장 너머로 새어 나오고, 방문을 열면 우거진 나무들의 푸르름이 발 틈새로 들어오니 더 부러울 것 없이 아늑하고 편안하다. 집안에서 덕의 향기가 새어나오고 가끔 선비들이 멀리서 찾아와 담소를 나누니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겠는가?
이런 군자의 삶을 잘 이행한 사람이 안회(顔回)다 그는 조금의 식사와 물[一簞食一瓢飮]만 있어도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실천하여 빈천함을 편안히 여겼고 오직 도만을 즐겼다[安貧樂道]. 덕 있는 사람은 누추한 집에 살더라도 불필요하고 잡다한 일에 연루되지 않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몸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거처라면 누추함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출전> :『논어(論語)』 「자한(子罕)」
<집필자>: 권오향_인문예술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