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一簞食, 一瓢飮
簞(단) 대그릇 食(식) 먹다 瓢(표) 표주박 飮(음) 마시다
<해석>
대그릇에 담긴 밥 한 그릇 먹고, 표주박에 담긴 물 한 모금 마신다.
<내용>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연원이 되는 말로, 줄여서 ‘단사표음(簞食瓢飮)’이라 한다. 『논어』의 원래 구절은 이렇다. “현자로다, 안회여! 대그릇에 담긴 밥 한 그릇 먹고 표주박에 담긴 물 한 모금 마시며 누추한 마을에 살면, 사람들은 그 근심을 감당하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않는구나. 현자로다, 안회여[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 回也]!” 현대사회에서 ‘안빈낙도’를 말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허황한 소리로 들리기 십상이다. ‘부자 되세요’를 광고 카피로 사용하는 시대 아닌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가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 아닌가. 그런데 가난을 편안하게 여기며 도를 즐기라니. 가난이 무슨 자랑인가. 그리고 도를 즐긴다는 게 무슨 말인가.
안빈낙도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공자가 가난을 예찬한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공자는 결코 가난을 권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자가 될 수 있다면 아무리 천한 일이라도 기꺼이 하겠다고 토로한다. “부유해질 수 있다면 비록 말채를 잡는 일이라도 내가 또한 하겠지만,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를 것이다[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不可求, 從吾所好].” 공자는 결코 가난 자체를 예찬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부자가 되는 것,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면, 그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겠다고 말할 뿐이다. 이 생각을 공자는 다음과 같이 일반화한다. “부귀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을 수 없으면 거기에 처하지 않는다. 빈천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바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할 수 없으면 떠나지 않는다[富與貴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不處也. 貧與賤是人之所惡也, 不以其道得之不去也].” 사람은 누구나 부귀를 원한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성취하느냐가 문제다. 정당한 방법으로 부귀를 얻을 수 없다면 부귀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 공자의 생각이다. 또한 정당한 방법으로 벗어날 수 없다면 빈천을 피하지 않겠다는 것이 공자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다.
도를 즐긴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도는 길이다. 통상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공간을 길이라 부른다. 도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자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리하여 도를 즐긴다는 것은 사람이 마땅히 가야 할 길에서 벗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삶을 즐기는 것을 가리킨다. 요컨대 안빈낙도의 핵심은 가난에 대한 예찬이 아니라 가난으로 인해 사람의 도리에서 어긋나는 삶을 살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사람의 도리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욕구, 과도한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 불필요한 욕구, 과도한 욕심을 추구하다 보면 사람의 도리에서 벗어나는 일을 하기 십상이다.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가난을 편안하게 여길 수 있을 때, 사람의 도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고 더 나아가 그 삶을 즐길 수 있다. ‘안빈(安貧)’해야 ‘낙도(樂道)’할 수 있고, ‘낙도’하려면 ‘안빈’해야 한다.
<출전> : 『논어(論語)』 「옹야(雍也)」
<집필자> : 강중기 / 인하대 철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