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晏平仲, 善與人交. 久而敬之.
善(선) 잘하다 交(교) 사귀다 久(구) 오래다 경(敬) 공경하다
<해석>
안평중은 사람 사귀기를 잘한다. 오래 사귀어도 (안평중이) 그(사귀는 사람)를 공경한다.
<내용>
마음 편하게 내 생각과 감정을 표정이나 행동으로 드러내고 또 오랜 시간 습관화된 나만의 거북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행동을 받아주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 우리의 주변에서 가깝게는 부모님이 이러한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고, 어릴 때에나 학창시절에 만나 친하게 지낸 친구들 또한 그러한 사람이며,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함께하며 신뢰를 쌓은 동료가 그러한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안함으로 인해 자칫하면 상대방에게 함부로 대할 수 있다. 가족들 사이에서 그렇고, 친구나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처음 만났을 때에는 나의 말과 행동이 혹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않는지 조심하게 된다. 그렇게 조심하는 것은 바로 상대를 공경하기 때문이다.
공경함이란 이렇듯 스스로를 조심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며, 상대방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대했는데, 오랜 시간을 사귀다보면 너무 편안하고 막역하게 되어 처음 가졌던 공경함은 약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함부로 대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무분별한 말을 쏟아 내기도 하고 무례한 행동을 하며, 심한 경우에는 자신의 지위나 재력이 상대방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여, 상대를 업신여기기도 한다. 그런 대접을 받은 상대는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되고, 그러한 시간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둘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어느 순간 그들의 관계는 끊어지게 된다. 결국 상대방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을 잃었기 때문에 오래 사귀지 못하게 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할수록 힘들기도 하고, 또 외롭게 느껴지는 일들도 많아진다. 이럴 때 편안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 보일 수 있고 자신의 말에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과 만나 시간을 보내며 자그마한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 그러나 힘들 때 힘과 의지가 되어주는 소중한 존재이면서 편안함을 주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간혹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함부로 대할 때가 있다.
편안하다고 느끼는 존재일수록 더욱 아끼는 마음으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공경해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신뢰하면서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에서 공자는 오래 사귀어도 공경함을 잃지 않은 안평중(晏平仲)에 대하여 사람 사귀기를 잘하면서도 공경 받는 사람이 된 것이라고 칭찬했으리라 헤아려 본다.
<출전> :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
<집필자> : 함윤식 /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초빙교수